매일신문

고개숙인 한국유도…전화위복 계기 삼나

2005 카이로세계선수권에서 참담한 성적을 올린 한국 유도가 이번 대회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남녀대표팀 전원이 예선 초반 패하며 조남석(포항시청)만 66㎏급에서 패자부활전을 통해 동메달을 따내는 극심한 메달 가뭄을 겪었다.

조남석의 메달이 없었으면 지난 75년 이후 30년만에 노메달의 수모를 당할 판이었다.

한국 대표팀 관계자들은 이번 대회의 초라한 성적표가 한국의 유도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자체 진단하며 대책 마련에 부심한 표정이다.

최종삼 대한유도회 부회장은 "최악의 성적을 거뒀지만 이번 대회를 거울 삼아 문제점을 고쳐나가면서 한국 유도가 발전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번 결과는 한국 유도의 저변으로 봤을 때 예견된 일이라고 대표팀 관계자들은 짚었다.

최근 몇년간 거둔 성적도 한국 유도의 현실에 비춰봤을 때 기대 이상이었다는 의견도 곁들여졌다.

지난 2003년 세계선수권과 지난해 아테네올림픽에서 한국 유도가 선전했지만 이는 몇몇 선수들이 특별히 잘해줬고 운도 따라주었다는 것.

현재 한국 유도의 저변은 지난 5년간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선수층도 2천500여명에서 1천여명이 줄어들었고 고등학교 유도부 숫자도 감소하는 추세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실업팀을 점점 창단하는 분위기지만 여자 유도의 경우 대학 선수들이 부족해 선수 수급이 원활하지 않는 상황이다.

유소년 유도의 지도방식과 시스템도 문제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진학을 위한 성적지상주의가 여전하다 보니 기본기술이 제대로 전수되지 않고 학생들이 수비 위주로 유도를 배우게 돼 공격 지향적인 국제적인 추세와는 반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성적을 앞세우다보니 학생들이 기본기가 약하게 되고 정상적으로 학업을 병행하기도 힘들어 학생들에게 매력을 잃고 있는 점도 있다.

이 때문에 대한유도회는 올해 이사회를 통해 내년부터 유소년 대회에서 기술습득이 빠른 '목귀틀어잡기'를 금지해 기본기 교육을 강화하도록 결정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유럽선수들은 겨드랑이잡기를 주로 사용하는 반면에 한국 선수들은 목귀틀어잡기에 의존해 잡기 싸움에서 불리한 상황을 자주 연출했다.

또 초등학생들이 생활체육으로 유도를 시작하도록 유도해 재능이 있고 흥미를 느끼는 학생들이 중고등학교 때 전문적인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선수 관리 등을 철저히해 선수생활을 오래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야 하는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번 대회에서 유럽과 일본의 경우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 선수가 수두룩했지만 한국대표팀의 최고참은 27세에 불과했다.

국제적인 추세에도 좀 더 관심을 기울이면서 유럽의 기술을 받아들여 접목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세계유도가 평준화되어가고 있는 터라 정보 수집에 관심을 기울이고 본받아야할 점은 과감히 들여와야 한다는 것이다.

더 이상 문제점을 방치할 수 없는 현실에서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유도가 어떻게 변화할 지 지켜볼 대목이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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