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누는 기쁨' 책에도 없는 값진 공부

대구 상인고 '봉사활동의 날'

"배우는 기쁨에다 이웃과 함께 나누는 즐거움까지 맛보니 금상첨화죠."

지난 10일 오후 2시, 두류공원 성당못 길에서는 마치 축제라도 벌어진 듯 떠들썩했다. 상인고 학생들이 거리 곳곳에 천막을 치고 이웃들을 위한 자원봉사에 나선 것이다.

미술반 학생들이 조심스럽게 붓을 놀리자 부모와 함께 나들이 나온 어린이들의 뺨에 고운 꽃송이와 나비 그림이 수놓아지고, 풍선아트반 학생들은 토끼, 꽃, 푸들, 칼 등 각종 모양의 풍선을 아이들 손에 쥐어줬다.

바로 옆에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사진반 학생들이 나서 '경로사진 찍어드리기' 행사를 하고 있었던 것. "손자 같은 학생들이 사진까지 찍어주니 얼마나 좋노. 그 중에서도 내가 워낙 인물이 좋다 보니 내 사진이 가장 고운기라." 학생들이 찍은 사진을 보고 기분이 좋아진 김경분(73·달서구 두류동) 할머니가 농담을 던지자 늦더위에 연신 이마의 땀을 훔쳐내던 학생들의 얼굴에도 활짝 웃음꽃이 폈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싸요, 싸"를 외치는 학생들의 목소리에 구경꾼들이 몰려들었다. 상인고 학생회에서 전교생이 모은 헌 옷가지와 책, 음반 등을 판매하는 코너. 가격이 100원에서 1000원까지 저렴해 나들이 나온 아줌마들의 발길이 절로 멈춰 섰다. 박희진(2년)양은 "다른 동아리의 공연이 있는 동안에 잠시 줄어들긴 하지만 끊이지 않고 물건을 사려는 손님들이 몰려들어 기분이 좋다"며 "판매한 돈을 모아 인근 경로원이나 보육원에 맛있는 간식거리를 사다줄 생각을 하니 하나도 힘들지 않다"고 했다.

이날 행사는 지난 6월 22일에 이어 두 번째로 이뤄지는 상인고 '봉사활동의 날'. 풍물반과 수화반 '열 손가락', 미술반 등 10개 동아리 300여 명의 학생은 두류공원에서 나들이 나온 시민들을 상대로 봉사활동을 벌였으며, 나머지 28개 동아리 580여 명의 학생들은 재활원이나 보육원 등의 시설 봉사에 나서거나 학교 주변 환경 정화 활동 등을 벌이며 구슬땀을 흘렸다.

상인고는 올해 자원봉사 시범학교를 운영하면서 일주일에 한 시간씩으로 흩어져 있던 봉사활동 시간을 모두 모아 학기마다 한 번씩 종일 봉사활동의 날을 운영하고 있다. 형식으로 치우치기 쉬운 봉사활동 시간을 묶어 학생들에게 좀 더 의미 있는 '경험의 장'을 만들어 주자는 의도였던 것. 부족한 진행 경험은 대구시 청소년 자원봉사센터에 지원을 요청해 배웠다.

대구시 청소년자원봉사센터 이미향씨는 "학생들에게 단지 남을 위해 억지로 하는 봉사가 아니라 자신도 기쁨을 맛보며 함께 즐거워 할 수 있는 봉사활동 시간을 만들어주는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특히 "평소 '봉사'하면 흔히 떠올리는 시설 방문 활동만이 아니라 자신의 재능을 활용해 남들에게 기쁨을 주는 일도 봉사활동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덕분에 학생들은 자원봉사가 이렇게 재미있는 잔치 마당이 될 수도 있다는 색다른 경험을 가슴에 새길 수 있었다.

하지만 대학 입시에 쫓기고, 학원·과외수업을 전전하느라 바쁜 고등학생들이 하루를 온전히 봉사활동에 사용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 학교와 교사들의 의지가 없었으면 쉽지 않은 행사였다. 최달천 교장은 "봉사를 통해 타인과 함께 나누며 사는 기쁨을 발견하고, 인간관계의 '감동'을 경험하는 것은 어떤 책에서도 배울 수 없는 값진 공부"라며 "앞으로도 계속 전일제 봉사활동을 통해 인근 주민들에게 기쁨을 주고, 학생들도 즐거운 하루가 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이런 것도 봉사활용이 돼요." 풍선아트반 학생들이 두류공원에 나들이 나온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모양의 풍선을 만들어 선물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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