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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이 떨어진다, 떨어진다 멀리에선 듯,

하늘의 먼 정원이 시드는 것처럼,

거부하는 몸짓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한 밤 중 무거운 지구가

모든 별들로부터 고독 속으로 떨어진다.

우리 모두가 떨어진다. 여기 이 손도 떨어진다.

보라 다른 것들을, 모두가 떨어진다.

그러나 어느 한 분이 계시어, 이들 낙하를

한없이 부드러운 그의 손으로 받아드린다.

R. M. 릴케(1875~1926) '가을'

조락(凋落)의 계절 가을입니다. 가을에는 나뭇잎이 떨어지고 지구가 고독 속에 떨어지고 손이 떨어지고 세상의 모든 것이 떨어집니다. 그리하여 모든 사물은 세속적인 가치와 일상적인 의미가 지워져서 본래적인 모습으로 환원됩니다. 가령, 잎이 가지에서 떨어지는 것은 잠깐 머물던 가지 위에서 대지라는 근원으로 귀환하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우리들은 떨어지는 것이 두렵고 불안합니다.

생명은 생기(生起)하는 상승의 이미지로 나타나지만, 낙하는 소멸과 죽음의 심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두려움과 불안 속에서 밖으로 향했던 시선을 거두어 스스로의 내면을 응시하면, 시인의 말처럼 모든 낙하를 받아드리는 한 위대한 존재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저 가을 햇살 뒤에서 우리를 구원으로 인도하는 크고 부드러운 손길을 말입니다.

이진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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