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함께하는 삶은 모든 도시인의 바람이다. 호화 사치의 대명사처럼 알려진 프랑스 루이 16세의 왕후 마리 앙투아네트는 화려한 베르사유궁의 일상생활을 떠나 시골 아낙네처럼 전원생활을 자주 했다고 한다. 루소도 일찍이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외쳤고, 노자도 '무위자연(無爲自然)'을 주창하지 않았는가.
구미 장천면 신장리는 대구사람인 한명화(46·여)씨의 현주소다. 천생산 산자락에 파묻힌 그의 집터는 편안함이 감도는 곳. 나트막한 뒷산이 병풍처럼 서있고, 집 앞을 흐르는 실개천과 말안장처럼 생긴 안산은 시야를 넓힌다. 풍수지리학에서 말하는 명당의 요건이 가득하다.
한씨의 집은 천연재료만을 썼다. 요즘 각광받고 있는 웰빙품인 통나무와 황토가 뒤섞인 집. 여기에도 집주인의 좋은 아이디어가 숨어있다. "통나무집은 나중에 관리하기 쉽지 않아요. 나무가 마르고 트면 황소바람이 집안으로 들어오게 되지요. 또 황토집은 미관상 답답하더군요. 그래서 생각한 게 통나무와 황토를 절충한 것이에요."
30평 남짓한 집안은 두 개의 방과 주방, 거실, 화장실, 작업실, 드레스룸으로 빼곡하다. 천장도 높아 일단 가슴부터 시원해진다.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거실에 앉으니 주위의 아름다운 풍광이 눈에 쏙 들어온다. 비 오는 풍광이 좋다는 주인의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오전 내내 비가 내린 이날의 풍경은 아찔했다. 산자락을 휘감고 내려오는 자욱한 운무와 이를 마중이라도 하듯 인사하는 물소리, 그리고 창밖에 서 있는 비는 달콤한 광경이다. 또 집 외벽에 키우고 있는 인동 덩굴의 그윽한 향기가 온 집안을 감돈다.
이 집의 조망포인트는 다락방과 연결된 야외테라스다. 테라스 벤치에 앉아 마시는 한잔의 커피와 차는 이 세상 모든 근심을 잊게 한다. 다락방 천창을 통해 쏟아지는 별과 달이 만드는 로맨틱함도 집주인이 내세우는 자랑거리.
200평의 대지에는 그동안 꿈꿔왔던 집주인의 생각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야생화 동산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는 채송화, 범부채, 패랭이꽃, 야설화, 나도송이풀, 화련초, 제비꽃 등 이름부터 낯선 야생화는 집주인이 손수 산에서 가져온 것.
열무, 상추, 치커리, 쑥갓, 케일, 배추, 토란, 미나리 등의 채소류가 사는 텃밭도 그렇다. 매일 물을 주며 다양한 채소를 기르는 재미가 쏠쏠하단다. 전원의 풍요함을 만끽하고 있는 한씨가 당부하는 말. "전원생활은 부지런해야 합니다. 일을 노동이라고 생각하면 못하지요."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사진 : 박순국편집위원 toky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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