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상화가 구자동씨 "생생한 묘사력은 오히려 단순"

"제 그림은 묘사력이 뛰어나기보다는 오히려 단순합니다. 자세히 보면 외형이 오히려 흐리게 표현된 것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생생한 묘사력으로 인정받고 있는 구상화가 구자동(37) 씨에게서 나온 말은 뜻밖이다. '붉은 장미''분홍장미' 등에서 돋보이는 색채감에도 "예전에는 모가 나지 않게 행동하려 화사한 색깔도 쓰지 않았다"고도 하니 더욱 의문이다.

그러나 23일까지 갤러리소헌(053-426-0621)에서 전시되고 있는 구씨의 작품들을 보면 그의 이력이 그냥 생겨난 것이 아님을 알려준다. 구씨가 '생생한 묘사력, 안정감과 조화가 돋보이는 색채감각, 화면의 조율 능력 등에서 나무랄 데 없다'는 평을 듣는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 작품 속 정물이나 풍경·인물에선 무언가 따스한 온기가 느껴진다. "미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미술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에 충실하고 싶다"는 작가의 욕망이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구씨는 러시아 유학 1세대다. 국립미술대학원(레핀 아카데미)에서 5년간 공부했다. 시행착오도 숱하게 겪었다. "가장 후회되는 시기였다"는 1년6개월 정도는 어느 화구방에서 어떤 물감을 사야 할 지도 몰랐다. 인고의 시간들이었지만 구씨는 5년의 시간을 참아냈다. 졸업 작품전시회 날 자신에게 신경 하나 쓰지 않는 것 같던 교수에게서는 결국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구씨는 "거의 울 뻔했다"고 그 순간을 기억했다.

대구대 출신으로 "대구에 오니 편안한 느낌이 든다"는 구씨는 봉산문화거리에 대한 아쉬움을 숨겨두지 않았다. 구씨는 "서울 인사동 전시회에선 전시에 방해가 될 정도로 사람들이 북적거렸다"며 "봉산문화거리를 파주의 헤이리마을처럼 사람들이 항상 찾아오는 곳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당부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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