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전! Travel라이프] 인도 속 세계문화유산(1)-엘레판트 섬

석굴사원엔 팔다리 잘려버린 힌두신들

"여기에 서명만 하시면 당신의 심장은 인도에 기증됩니다."

'떠나는 자만이 인도를 꿈꿀 수 있다'라는 책 제목처럼 인도의 수도 델리에서 뭄바이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꿈을 꿨다. 콧수염을 기른 의사와 병원 창문 밖으로 어렴풋이 보이는 인도인들.

인도전통 의상인 '사리(sari)'와 '펀자비(punjabi)'를 입고 있는 걸 보면 내 꿈의 배경은 인도임이 틀림없다. 안전벨트를 매라는 기장의 안내방송에 잠에서 깼다.

현지시각 새벽 1시쯤 '인도 경제의 심장부' 뭄바이에 도착했다. 굳게 닫혀있던 비행기의 문이 열리고 에어인디아 여승무원에게 '피르 밀랭게(다음에 또 봐요)' 라고 인사를 건네고 인도땅에 첫발을 내디뎠다.

'소금기가 있는 눅눅한 공기'는 고향 포항의 여름공기와 비슷하다. 심장을 기증한다는 꿈과 첫 해외여행에 대한 설렘 때문인지 심장이 두근거렸다. 공항에서 빠져나와 택시를 타고 여행자 숙소가 몰려있는 '꼴라바' 지역으로 이동했다.

인도는 우리나라의 60~70년대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고 하지만 그 시대를 경험해 보지 못한 나로서는 섣불리 판단하기 어려웠다. 다만 고향과 같이 정감이 가고 푸근한 인상을 주는 고전적인 건물들이 많았다. 새벽 3시쯤에야 잠들었고 푹 자고 일어난 뒤 본격적인 여정을 시작했다. 첫 표정은 이렇다.

'반갑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 인도 아이들', '분주하게 손님맞을 채비를 하는 상인들', '1분에 수백번씩 들리는 자동차 경적소리' 등. 어디가 도로인지 차도인지 구분조차 없다. 인도에는 인도(人道)가 따로 없기 때문.

첫 여행목적지는 뭄바이에서 9km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엘레판트 섬'. 인도의 세계문화유산 26곳 중 1곳이다. 섬으로 가기 위해 인도의 명물 '게이트 오브 인디아'의 선착장인 '아폴로 번더'에서 보트를 타고 섬으로 향했다. 보트에서 바라본 뭄바이 항구의 모습은 평화로움과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아라비아해를 따스하게 품고 있는 뭄바이 항구의 모습은 마치 자식을 안고 있는 어머니의 품과 같았으며 이를 감상하는 데 넋을 잃고 있다보니 어느덧 '엘레판트 섬'에 도착했다. 수백 마리의 원숭이가 살고 있고 숲을 지나 큰 규모의 석굴사원이 보였다.

커다란 암벽에 만들어진 힌두신들의 조각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 인간의 손으로 이런 작품이 만들어졌다는 것이 경이롭다. 하지만 석굴사원 내부의 조각상들은 대부분 팔과 다리가 모조리 잘려있는 상태. 사원을 지키고 있는 경비원에게 물어보니 포르투갈인들이 처음 이 섬에 상륙해 종교적인 이유로 이런 만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심지어 사원 기둥을 사격 표적으로 사용해 인도정부에서 철근으로 보수공사를 해 놓을 정도로 심하게 훼손된 것도 적잖았다.

대한민국 천년고도 '경주'에 있는 세계문화유산 '석굴암 본존불상'의 팔과 다리가 잘려나간 모습을 상상만해도 끔찍하다. 삼두상(머리가 셋)인 '뜨리무르띠' 조각장은 자신의 팔과 다리가 잘린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세상에서 가장 평온한 모습을 하고 있다.

'엘레판트섬'에서 다시 뭄바이로 가는 길에 부인과 함께 관광하러 온 인도인 아몰카산(35) 씨를 만났다. 아몰카산 씨는 섬에 대해 이것 저것 설명해 주었다.

"포르투갈인들이 석굴사원을 훼손했다고 해서 인도인들이 포르투갈인을 싫어하진 않아요. 하지만 엘레판트섬에 살고 있는 원숭이들은 좀 다를 거예요. 그 당시 석굴을 만든 석공들의 영혼이 원숭이속으로 들어가 섬으로 들어오는 포르투갈인들을 쫓아냈죠. 믿거나 말거나!"

보트가 '아폴로 번더' 선착장에 도착하자 수많은 인도학생들이 섬으로 가기 위해 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몰카산 씨가 익살스런 표정으로 학생들에게 외쳤다. "코끼리 섬에 갔더니 코끼리가 없더라!"

학생들은 낄낄거리며 웃었다. 실제 엘레판트섬 해안가에 있던 거대한 코끼리상은 1814년에 붕괴되어 영국인들이 빅토리아 가든으로 가져가 지금까지 그곳에 있다고 한다.

주말이라 '게이트 오브 인디아' 앞 광장에 가족단위의 현지 관광객들이 눈에 띈다. '게이트 오브 인디아' 옆에 위치한 '타지마할 호텔'에서 아라비아해의 석양을 감상했다. 저 멀리 '엘레판트섬'에서 슬픈 코끼리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것 같다.

곽규환(건국대 경영학과 3학년) 20050815@naver.com

후원 : GoNow여행사(로고 및 연락처)

사진:엘레판트섬 석굴에서 팔 다리가 잘린 채 춤추고 있는 모습을 한 '시바신' 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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