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라크 국민들 엇갈린 반응

'정의 실현' 환영-일부 '연민''굴욕감' 드러내기도

사담 후세인(68) 전 이라크 대통령이 집권 중의 반인륜범죄 혐의로 특별법정에 선 19일 당사자인 이라크 국민의 반응은 엇갈렸다. 후세인 집권 시절 권력층을 형성했던 수니파는 후세인의 노쇠해진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움과 굴욕감을 느꼈고, 극심한 탄압을 받았던 시아파와 쿠르드족은 이제야 정의가 실현됐다고 환영했다.

대부분의 이라크인들은 TV로 중계된 재판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바그다드의 시아파 밀집 거주지인 카다미야에 사는 살만 자분 샤난(53)은 AP통신에 "재판을 보려고 일을 하루 쉬었다"며 "사담을 처형해 그로 인해 고통받은 모든 사람들이 살점을 뜯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극한 감정을 드러냈다.

샤난은 후세인 집권 시절 가족 9명 가운데 7명이 이라크 시아파 지도체인 '나자프 하우자'에 연계돼 있다는 이유로 투옥돼 고통을 겪었다고 말했다. 샤난의 아내인 사비나 하산은 후세인이 법정에서 인정신문을 거부한 채 판사와 설전을 벌일 때 후세인을 비쳐주던 TV쪽으로 침을 뱉기도 했다.

현지언론은 시아파와 쿠르드족은 이처럼 후세인 재판을 대체로 반겼다고 전했다. 그러나 후세인의 권력기반이던 바트당을 이끈 수니파는 초췌한 모습의 노인으로 변한 후세인을 보면서 가슴이 아려오는 것을 경험했다.

수니파 지역인 바그다드 아다미야 지방의회 간부인 사하브 마루프는 후세인의 노쇠한 모습에 모든 이라크인이 연민의 정을 갖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불공정하게 진행되는 이 재판은 미국 점령 체제에 대한 이라크 국민의 반감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바트당 중간급 간부였던 압델 파드헬도 "사담이 우리의 유일한 합법적 지도자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그가 법정에 서는 것을 보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말해 후세인 재판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한편 1982년 후세인 암살 미수 사건이 발생해 후세인으로부터 무자비한 보복을 당했던 두자일 마을에서는 이날 저항세력의 공격에 대비해 삼엄한 경계가 펼쳐졌다. 일부 주민들은 "후세인을 사형에 처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반면에 후세인의 고향인 티크리트에서는 후세인을 지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에 참가한 와시 알리는 APTN과의 회견에서 "이 재판은 불법이고 국제법에도 근거가 없는 것"이라며 "후세인은 여전히 우리의 지도자"라고 말했다.

카이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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