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검찰의 수사로 대구 택시노동조합 간부들의 비리가 속속 드러나고 사업조합 측의 비리도 밝혀지면서 택시 노동자들은 분노하고 있다. 법상 최저임금에도 한참 못 미치는 박봉에다 부제가 아니면 1년에 제대로 하루 쉬기도 힘든 중노동….노조 간부들이 사업주와 결탁해 '돈'을 챙기는 사이 택시 노동자들의 삶은 밑바닥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박봉과 중노동
근로기준법상 최저시급은 3천100원이지만 택시 노동자들의 시급은 고작 2천134.7원이다. 그래서 받는 기본급(1일 7시간 20분×30일 기준)이 월 46만9천650원. 월차 수당, 야간 근로수당, 승무수당, 상여금을 모두 합해도 한 달 임금은 겨우 78만6천500원이다.
제대로 쉬기는 할까. 부지런한 택시 노동자들은 부제가 아니면 절대 쉬지 않는다. 택시회사들은 26일 만근에 하루라도 모자라면 승무수당과 상여금, 성실수당 등 10만 원이 넘는 돈을 모두 공제하기 때문이다. 쉴래야 쉴 수 없는 빠듯한 환경이다.
◇'잔인한' 택시회사
택시기사들의 고난은 박봉과 중노동에 끝나지 않는다. 택시기사가 교통사고를 당하면 회사 비용으로 택시공제조합에서 사고 처리를 하는 게 누구나 아는 상식. 하지만 택시 회사들은 교통사고 비용까지 기사들에게 떠 넘기고 있다. 기사들이 '접보비'라 부르는 보험처리비는 건당 10만원. 2001년까지만 해도 일부러 교통사고 신고를 하지 않았을 때만 접보비를 냈지만 2002년 이후에는 신고 여부에 관계없이 무조건 10만원을 내야 한다. 지난해부터는 상대방이 상해를 입으면 주당 10만원의 사고 처리비를 더 내고 있다.
2004년 4월 1일부터 법인택시 부제는 '8'에서 '6'으로 바뀌었다. 당연히 8부제 때 26일이었던 만근일은 25일로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택시회사들은 여전히 26일을 만근으로 하고 있다. 한 택시회사 기사 ㄱ씨는 "임금도 받지 못하고 하루치 일을 더 해주고 있는 셈인데, 택시회사들은 부제 조정에 따른 손실 보전액으로 1일 사납금 2천원을 인상하는 횡포까지 부렸다"고 허탈해 했다.
택시 노동자들이 이같은 회사 횡포에 '반기'를 들면 어떻게 될까. 차를 빼앗기거나 폐차 일보 직전의 낡은 차를 몰아야 한다. 또 다른 기사 ㄴ씨는 "결국 회사를 나갈 결심을 하지 않는 이상 참고 견뎌야 한다"며 "노동청에 고발하면 우리와 상관없다고 발을 빼고, 시청에 가면 바쁘다고 차일피일 미루기만 한다"고 분노했다.
◇침묵하는 노조
잔인한 택시회사 앞에 노조는 침묵하고 있다. 아니, 회사 편을 들고 있다. 2004년 노사합의서에서 노조측 교섭위원들은 부제가 바뀌었는데도 26일 만근 원칙을 주장하는 사측안을 수용해 줬을 뿐만 아니라 승무수당(교통비, 연초비, 식대)까지 최저임금에 포함, 근로기준법을 무시했다.
특히 노사 교섭위원들은 부가세 경감분까지 임금에 포함시켰다. 대구 달서구 한 택시회사의 부가세 경감분은 5만5천680원. 78만6천500원의 월급에 부가세 경감분을 더하면 임금 합계는 84만원이 넘어야 하지만 실제 받는 돈은 80만 원대에 불과하다. 기사 ㄷ씨는 "회사는 임금 어디에 부가세 경감분이 포함됐는지 밝히지 않고, 노조도 전혀 문제삼지 않는다"고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노조들이 침묵하는 이유는 일부 노조 간부들과 사업주들간의 적절치 못한 관계 때문. 택시노조를 장악한 일부 간부들은 90년대 중반 이후 사업주들로부터 온갖 특혜를 받고 이들의 비리를 눈감아 주는 공생 관계를 고착화 하고 있다. 검찰은 택시노조 대수술에 돌입, 대구의 특정 택시노조 본부장들과 사업주들이 노사교섭 과정에서 수백~수천만 원의 '떡값'을 주고 받은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대책은 없나
택시노조 비리, 어떻게 뿌리 뽑을까. 택시기사들은 "택시회사 구조조정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지금과 같은 저임금, 중노동으로는 회사에 대한 애착심을 키울 수 없다는 것. 소규모 업체들을 구조조정해 경쟁력을 갖춘뒤 택시기사들의 처우부터 개선해야 노조비리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 택시업체는 모두 100개에 이른다. 하지만 보유대수는 6천980대인데 반해 운전자는 8천명선에 불과하다. 운송사업법이 권장하는 택시 운전자 숫자는 대당 2.2명이지만 대구 택시업체는 1.1명이 고작이다. 업체당 평균 보유 대수도 69.8대에 그쳐 규모화를 통한 경영수지 개선이 시급하다.
하지만 기존 사업자들에게 자율 구조조정을 바라기는 무리다. 사업자들은 오히려 업체를 잘개 부수고 있다. 대표이사는 같은데 회사는 2개거나 창업주와 아들이 대를 잇는 과정에서 3, 4개사까지 불어나는 업체가 상당한 실정이다.
업체들은 왜 회사를 늘릴까. 매출을 나누면 나눌수록 세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일부 회사들은 잘게 나누는 것도 모자라 수익금까지 제대로 신고하지 않고 있다. 10년 전쯤 회사를 2개로 나눈 대구 서구 한 택시업체는 2003년 12월과 2004년 10월 두차례에 걸쳐 각각 2억8천만원과 1억2천만원을 서대구세무서에 추징당했다. 기사 ㄹ씨는 "회사를 쪼개 법인세를 줄이는 것도 모자라 탈세까지 하는 사업주들에게 구조조정을 바라기는 어렵다"며 "이제 정부가 나서 택시업체들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청 관계자는 "정부는 2001년~2006년까지는 택시 구조조정을 업계 자율에 맡겼다"며 "하지만 2007년 이후에는 사업장별 복수노조를 도입해 일부 노조 간부들의 전횡을 막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 정책을 도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사진: 박봉과 열악한 근무조건에 시달리는 택시기사들의 불만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대구의 한 택시회사 주차장에 세워진 택시들. 정우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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