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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 깎는 마을' 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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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용 생감 공판 개시

'한로상강(寒露霜降)에 겉보리 간다.' 가을걷이 시작과 보리파종 시기가 왔음을 말해주는 속담이다. 이 말이 상주에서는 '한로상강에 감 깎는다(곶감 만든다)'로 바뀐다. 상주지역은 지금 곶감 만들기가 한창이다.

감 따기와 깎기, 말리기 등 분주한 손길을 거쳐 11월 중순이면 맛깔스런 곶감으로 탄생한다. 전국 곶감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곳이 상주다.

■곶감 가공용 감 수매

상주지역은 전국 1호 곶감특구 지정과 곶감 '지리적 표시제' 추진 등 명품 곶감을 만들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지난 10일부터 상주원예농협과 상주농협, 남문시장 등 공판장 3곳에는 곶감 가공용 생감 공판이 본격 시작됐다. 하루 동안 25㎏들이 1만5천여 상자가 쏟아져 나와 공판장마다 노란 감들로 장관을 이룬다.17일 상주 원예농협 공판장에서는 25㎏들이 기준으로 작년보다 5~10%가량 비싼 1상자당 4만5천~5만 원에 거래됐고 최상품은 9만 원까지 치솟았다.

공판장 한쪽에 농협 측이 1천만 원의 예산으로 마련한 무료식당에는 새벽부터 감을 싣고 나온 농민들이 수제비와 칼국수 한 그릇으로 출출한 배를 채우고 있다. 대부분 예상보다 좋은 값을 받은 탓인지 농민 얼굴은 희색이다.

김헌종(63·내서면) 씨는 "올해는 감나무 해갈이 등으로 예년보다 10% 정도 생산량이 줄었다"며 "이 때문에 가격이 높게 형성되면서 외지산 감 유입이 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감 깎기와 말리기

상주 냉림동에 자리한 곶감 생산업체인 '감마을 곶감'에서는 30여 명의 아낙네들이 감 깎기와 말리기로 분주하다. 첫 서리가 내리고 찬 이슬이 맺힌다는 '상강'을 앞두고 2~3개월간 8만여 명이 곶감 작업에 나서고 있다.

산더미처럼 쌓인 생감을 크기별로 분류하고, 무른 감은 별도로 골라낸다. 또 한쪽에는 감 깎는 기계(박피기)에 앉아 연방 껍질을 벗겨내는 이들의 손놀림이 능수능란하다. 요즘에는 반자동 기계화로 회전하는 감에다 칼을 대면 한번에 껍질이 벗겨진다.

나춘림(50·복룡동) 씨는 "1개 깎는데 3초쯤 걸려 하루에 줄잡아 7천여 개는 깎는다"며 "곶감철이면 계모임이나 여행 등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껍질이 벗겨진 감들은 샛노란 속살을 드러낸 채 건조장 천장 높이에 매달린 감타래에 가지런히 걸려 한 달간 말려진 후 곶감이 된다.

유석숙(51) 씨는 "올해는 햇살도 좋고 찬 기운이 도는 가을바람도 좋아 곶감 만들기에 적합한 날씨"라며 "한 달쯤 말리면 겉은 딱딱하고 속은 젤리 같은 반건시와 건시를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곶감특구와 명품 곶감 만들기

상주 감은 떫은 맛을 내는 둥시로 탄닌 함량이 많은 대신 물기가 적어 곶감 재료로는 최고로 꼽힌다. 상주지역은 지난해 1천300여 농가가 4천500여t의 곶감을 생산해 520억여 원의 소득을 올렸다.

올해 상주시는 상주 곶감의 명품화와 고급화를 통한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현대식 곶감 건조시설과 냉동창고 보급 등의 사업에 본격 나섰다. 게다가 전국 처음으로 곶감특구로 지정되고 '지리적 표시제'와 곶감협의회 등 농가모임 등으로 명품화사업이 구체화되고 있어 농가소득 향상이 기대된다.

올해부터 3년간 모두 600억 원을 들여 명품 곶감 생산에 필요한 기술연구와 공동브랜드 개발 및 포장 규격화, 감테마녹색농촌체험마을 조성 등 명품 곶감을 통한 신활력사업도 추진 중이다. 또 '상주 곶감 이력제'를 시행해 감 재배에서부터 곶감 생산까지 소비자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상주·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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