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빠가 읽어주는 전래동화-두 무더기의 고구마

얘야, 밥상에 오른 이 고구마를 보니 문득 생각나는구나.

내가 너만할 때였단다. 아버지를 따라, 그러니까 너의 할아버지를 따라 시골로 가는 길에 버스 정류장에서 잠시 쉬게 되었단다.

할아버지께서는 '모름지기 사람은 여러 곳을 다녀보아야 한다'고 하시며 늘 나를 데리고 다니셨지.

그 날도 할아버지는 고향 뒷산에 있는 조상의 산소를 돌아보러 가시는 길이었는데, 마침 일요일이어서 나도 함께 가게 되었지. 버스가 정류장에서 쉬고 있을 때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어.

"그러고 보니 점심때가 다 되었구나. 요기를 좀 하고 갈까?"

할아버지는 정류장 마당을 휘 둘러보셨어. 마침 양지쪽에 할머니 두 분이 앉아 계셨는데 모두 삶은 고구마를 팔고 계셨어. 그 고구마는 여간 맛있어 보이지 않았지.

"그래, 저 고구마를 좀 사도록 하자."

할아버지는 돈을 나에게 주시면서 두 할머니에게로 가서 각각 한 무더기씩 사오라고 하셨어.

나는 의아해 하였지.

한 할머니로부터 고구마를 두 무더기 다 사면 될 텐데, 왜 따로 사라고 하시는 것일까? 그렇게 하면 거스름돈 때문에 번거롭지도 않고, 또 고구마도 더 많이 받을 수 있을 텐데….

사실 오른쪽 할머니의 고구마가 왼쪽 할머니의 고구마보다 더 먹음직스러워 보였거든.

그래서 할아버지께 여쭈어 보았어.

"할아버지, 왜 따로따로 사라고 하십니까? 한꺼번에 다 사면 시간도 덜 걸리고 양도 더 많을 것 같은데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씩 웃으시며 말씀하셨어.

"얘야, 그게 아니란다. 우리는 어차피 두 무더기의 고구마가 필요하잖니? 그런데 한쪽에서만 사면 다른 쪽 할머니는 얼마나 섭섭해하시겠니? 날씨도 추운데 빨리 팔아야 두 분 다 일찍 집으로 돌아가실 수 있지 않겠니?"

할아버지의 말씀을 들은 나는 갑자기 부끄러워졌어.

나의 미욱한 욕심과 좁은 생각이 부끄러웠던 거지. 사실 고구마는 두 무더기를 샀지만 한 무더기도 다 먹지 못했어. 한 무더기의 양도 그 만큼 많았던 거야. 할아버지는 일부러 두 곳에서 사도록 하셨던 것이지.

나는 버스에 앉아 밖을 내다보았어.

그 두 할머니는 서로 웃는 얼굴로 사이좋게 이야기하고 계셨어.

만약 우리가 한 할머니에게서만 고구마를 샀더라면 나머지 한 할머니는 분명히 섭섭한 표정을 지었을 거야.

그 후, 지금까지 나는 그때 할아버지의 가르침을 잊을 수가 없어.

"얘야, '나뿐만 아는 사람'이 바로 '나뿐인 사람'으로 변하고 마침내 '나쁜 사람'으로 변했단다. 부디 여러 사람을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단다."

"네가 태어날 때에는 너 혼자 울었지만 네가 죽을 때에는 모든 사람들이 너를 위해 울어주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단다."

나는 지금도 그 때 할아버지의 말씀이 귀에 쟁쟁해.

심후섭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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