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중소기업 구하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아직 확실하진 않으나 내년에는 우리 경제가 5%의 성장률을 회복하리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 국민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여전히 싸늘하다. 또한 내년에 성장률이 높아지더라도 살림살이가 크게 나아지리라고 기대하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그 이면에는 경제의 양극화, 그 중에서도 특히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깔려 있다. 우리나라에서 5인 이상 300인 미만 중소제조업체 수는 10만을 상회한다. 자영업 및 영세상공인을 포함하면 중소기업은 300만 개에 이른다. 종사자와 부양가족을 감안할 때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중소기업 경기에 영향을 받는 셈이다. 중소기업 경기가 획기적으로 나아지지 않는 한 서민들의 체감경기가 좋아질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중소기업이 좋아지기가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고도 성장기에는 대기업 위주 성장전략으로 인해 중소기업이 어려웠었다. 이제는 공정경쟁과 시장경제를 강조하는 자체가 중소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첫째, 경쟁, 세계화, 개방화가 진전될수록 대기업의 시장지배는 강화된다. 우리나라에서도 10대 산업의 상위 3사 시장지배율이 1990년 55.1%에서 2001년에는 65.9%로 상승하였다. 대형 유통업체의 확산에 따른 재래시장의 위축은 또 다른 사례이다.

둘째, 산업구조 고도화도 큰 부담이다. 전통산업에서는 기반이 취약한 중소기업이 먼저 퇴출당할 가능성이 큰 반면, 중소기업이 신기술에 기반한 미래 유망산업에 진입하여 성공할 확률은 매우 낮다.

셋째, 자금'인력 등에서의 불리함도 더욱 가중되었다. 건전성과 안정성이 강조될수록 담보나 신용에서 불리한 중소기업은 자금조달이 어려워진다. 대기업의 절반 남짓한 평균임금과 불투명한 미래로는 우수 인력은 고사하고 당장 필요한 생산인력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이러한 불리함은 그대로 중소기업 실적에 반영되고 있다. 중소제조업의 경우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1990년 6.67%에서 2001년 4.86%로 하락했다. 반면 대기업은 6.73%에서 6.03%로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였다. 영세자영업에서는 대기업이 남긴 틈새시장에서 영세업자들 간의 과당 경쟁이 수익률 하락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결국 경쟁과 효율을 추구하는 시장에 그대로 맡길 경우 중소기업이 회생의 돌파구를 찾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경제적 유인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자금이나 인력이 중소기업으로 배분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균형 발전 없이 중장기 안정성장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중소기업이 80% 이상을 점하는 고용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동태적인 효율 측면에서도 중소기업의 활발한 창업과 성장, 협력과 제휴, 대기업으로의 진화 등 역동적인 기업생태계의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금보다도 더욱 적극적인 중소기업정책을 수립하여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그 핵심은 기술, 인력, 자금의 모든 측면에서,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겪는 어려움을 보완해 주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창업에서 퇴출까지 기업발전의 모든 단계에서 필요한 물적, 제도적 인프라를 구축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

저금리시대에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을 혁신형 중소기업 투자에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할 만하다. 대기업 퇴직자나 은퇴근로자의 중소기업 취업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을 확대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대기업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정부의 요구 때문이 아니라, 중소기업과의 상생이 자신들의 지속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 하에 실질적인 지원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 최근 일부 대기업이 시행하고 있는 성과공유제, 현금 결제, 특허기술 제공, 경영 자문, 혁신활동 전수, 해외 동반 진출 등은 좋은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 노력이 더욱 확산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공정거래법을 비롯한 법제도에서의 제약요인을 제거하는 것이 한 예가 될 것이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들도 글로벌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핵심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야 할 것이다.

박기홍 포스코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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