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5일 이후, 연말 송년회 풍속도 변화

직장인 최모(37·대구시 달서구 도원동) 씨는 올 연말 색다른 송년회를 구상하고 있다. 친구들과 함께 가족을 동반, 주말에 스키여행을 떠나기로 한 것. 최씨는 "지금껏 동창회 송년회엔 '술 파티'를 했었다"며 "올해는 동창회 만큼은 '술없는' 모임을 만들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송년회 풍속도가 '확' 달라지고 있다.

주5일 근무제 확대 시행으로 술 마시기 위주의 '음주형' 송년회가 자취를 감추고, 영화 관람이나 레포츠, 봉사활동을 하는 '건전형' 송년회가 자리잡고 있는 것. 때문에 연말 송년회 특수를 누리던 일반음식점은 울상을 짓고 있는 반면, 이벤트를 즐길 수 있는 호텔이나 극장 등은 예약 문의가 이어지는 등 업체간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무선인터넷 솔루션 업체에서 일하는 김찬우(31·대구시 달서구 월성동) 씨는 연말에 직장 동료와 함께 가족 모두를 데리고 2박3일간 송년회 겸 워크숍을 떠날 계획. 맑은 공기도 마시고 사원들 간의 친목도 다져 일의 능률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김씨는 "결혼한 지 2주밖에 되지 않아 밤늦은 술자리 송년회가 부담스러웠다"며 "스키 강습도 받고 아내와 오붓한 시간도 보낼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최준형(31·대구시 수성구 신매동) 씨도 "주5일제 실시로 술 마시는 모임을 대부분 직원이 부담스러워한다"며 "직장 동료와 주말에 지장을 주지 않는 송년회를 연구하다 볼링으로 송년모임을 대신하기로 했다"고 얘기했다.

직장 동료와 함께 영화를 같이 보거나 장기자랑 등 이벤트로 송년회를 대신하는 직장인들도 늘고 있다. 외국계 제약회사에 다니는 정영훈(30·대구시 서구 비산동) 씨는 다음달 2일 직장 동료와 1박2일간 야유회를 떠날 작정. 정씨 회사는 송년 기념으로 지난해엔 한 웨딩홀을 빌려 직원 장기자랑을 선보이기도 했다. 정씨는 "동료의 숨겨진 끼와 재능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작년에는 마술을 보여줬는데 올해는 장기로 무엇을 보여줘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프리미엄 상영관을 운영하고 있는 대구MMC만경관 경우 송년 모임을 준비하는 단체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상영관 전체를 빌려 파티나 이벤트를 진행할 수 있고 원하는 영화도 볼 수 있기 때문. MMC 홍민정 주임은 "이미 12월에만 4건의 예약이 잡혀있는 상태"라며 "상영관 내에서 주류와 음식도 제공하는 데다 영화도 마음 편하게 볼 수 있어 방학과 연말엔 대관 문의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동구청 직원들은 다음달 중순쯤 각 실국별로 자매결연한 복지시설을 찾아 봉사활동을 편다. 또 직원들이 십시일반 성금을 모은 뒤 필요한 물품을 사서 전달할 계획도 세웠다.

조장호 동구청 공보담당은 "젊은 직원들이 술 마시길 꺼려하는 데다 보람있는 일을 하며 연말을 보내자는 직원들이 많아 봉사활동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대구시내 사회복지시설에는 연말을 맞아 술자리 대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려는 직장인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중증 장애인 요양시설인 선명요육원(대구시 수성구 시지동) 경우 10여 곳의 기업에서 송년회를 대신해 물품 전달이나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연락을 해왔고, 지체장애인 시설인 성보재활원(대구시 북구 복현동)에는 금융기관과 의류 매장 등 3곳에서 재활원을 찾겠다고 알려왔다. 성보재활원 한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문의가 다소 늘어났다"며 "12월에는 김장까지 겹쳐 일손이 모자라 이들의 방문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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