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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인간적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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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부산에서 APEC 국제회의가 있었다. 그 회의에서 나온 가십거리 하나가 신문에 난 적이 있다. 어떤 대통령의 연설이 점심시간을 넘기고 있었던지 다른 대통령이 "밥 먹고 합시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가볍게 웃고 지나갈 이야깃거리였지만, 내게는 제법 깊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사람에게 밥보다 중요한 것이 없는가 보다. 우리 인간은 횡경막 아래에 있는 위를 채우지 않고는 다른 일을 하기가 어렵다. 인간이 위를 가지지 않았거나 되새김이라도 할 수 있었더라면 이렇게 힘들게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만일 따뜻한 쌀밥과 보글보글 끓고 있는 된장찌개가 저녁 식탁에서 기다리지 않는다면 어느 가장이 온종일 땀흘려 일하려고 할까 싶다. 신은 우리에게 위를 준 것도 모자라서 식욕과 욕망을 주었다.

나는 유난히 배고픔을 참기 어려워한다. 그래서 배고플 때 만난 친구와는 사소한 일로도 다투며 헤어지기 십상이다. 그러나 친분이 많이 없는 사람이더라도 식사 때가 되어 식탁에 따뜻하게 잘 삶은 돼지고기와 맛이 든 김치 한 접시를 올려놓으면 평화로운 대화가 이루어진다.

그렇게 인정이 담긴 식사 대접을 받은 사람은 후일 어떠한 난처한 일이 생겨도 그 사람을 비판하기 어려운 것이 세태라고 한다. 그래서 오죽하면 '밥 한 그릇에 무너지는 우리 사회'라고 누군가 신랄하게 비판까지 하지 않았던가.

모든 것 중 음식에 관한 한 도덕적인 문제도 별로 없어 보인다. 거기에는 선과 악 같은 것이 없다. 체면도 크게 필요 없을 듯하다. 대통령이든 보통사람이든 모두 몇 시간마다 먹어야 살기 때문이다. 우리 인생도 음식문제와 본질 면에서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사람이 태어나 손자·손녀가 되고, 아들·딸이 되었다가, 어머니·아버지가 되고, 할아버지·할머니가 된다. 이렇듯 긴(?) 인생의 여정에서 김치찌개와 순두부,갈비살,보쌈,족발 등 맛있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을 뺀 인생이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리 인생은 음식처럼 너무나 인간적인 것이 아닌가.

박환재(대구가톨릭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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