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후 대구 북구 침산동 한 아파트. 잠시 볼일을 보고 집으로 돌아온 이모(45) 씨는 깜짝 놀랐다. 집안은 아수라장이었다. 보관 중이던 현금과 금붙이 등이 사라졌고 현관문 자물쇠는 부서져 있었다. 이 씨는 열흘이 지나서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대구시내 아파트마다 도둑이 설치고 있다. 입구에 CCTV를 설치하고 첨단 잠금장치를 현관문에 달았지만 범행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시민들은 "사설 경비원을 고용해야 할 판"이라며 "경찰은 뭐하나"라 한숨짓고 있다.
△털이 전성시대= 지난 8월 대구 달서구 본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3·4층이 같은 날 털렸다. 비슷한 시기, 수성구 신매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3가구에 도둑이 동시에 들었고 7월에는 대구 북구 산격동의 한 아파트 2가구가 한꺼번에 털렸다.
피해가정 현관에는 디지털 도어록 등 첨단 잠금장치가 있었지만 도둑 앞에선 무용지물.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2, 3중의 잠금장치를 도대체 어떻게 풀고 들어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올 들어 11월 현재까지 대구에서 발생한 절도사건은 경찰에 신고된 것만 8천193건. 지난해 1년 동안 발생한 절도사건(5천681건)보다 44%나 늘었다. 지난 2000년(9천434건) 이후 5년 사이 절도 사건 발생치로는 최대.
하지만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실제 절도사건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이웃의 시선 때문에 피해를 입고도 쉬쉬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전했다.
△간 큰 도둑= 과거 도둑들은 우유 투입구에 장비를 투입하거나 열쇠구멍에 석고 보드를 넣어 본을 뜬 뒤 열쇠를 복제, 문을 열었다. 하지만 요즘은 드라이버 등을 이용, 문을 통째로 뜯은 뒤 침입하고 있다. 짧은 시간에 문을 열 수 있는데다 디지털 도어록 등 첨단장비를 설치하는 가정에 '맞서기' 위해서다.
디지털 도어록 업체 한 관계자는 "방범을 위해 디지털 도어록을 설치하지만 도둑의 침입 시간을 지연시키는 정도"라면서 "문을 통째로 뜯으면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대다수 아파트들이 관리비 절감을 위해 경비원의 숫자를 줄이면서 빈집털이가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래도 막아보자= 옆집에서 초인종을 자꾸 누르는 소리가 들리면 일단 경비실에 연락하는 것이 좋다. 빈집털이범들은 대체로 빈집 확인을 위해 초인종을 계속 누르는 수법을 쓰기 때문이다.
또 계단 입구나 아파트 주요 진·출입로에 CCTV를 설치하는 것도 기본. 아파트 통로 입구에 비밀번호 입력식 출입문을 설치하는 것도 범죄 예방에 도움된다. 통로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문 앞에 서성거려야 하고 이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때문에 절도범들이 기피한다는 것.
우유 투입구를 완전히 밀봉하고 바깥쪽 창문을 반드시 잠그는 등 철저히 문단속을 해야하며 짧은 시간 외출할 때 불을 켜두는 것도 한 방법이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올해 절도사건이 늘어난 것은 경찰이 과거 관행을 탈피, 모든 주민신고를 '사건화'하면서 통계상 수치가 올라간 것"이라며 "순찰을 강화, 절도범 검거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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