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국서 자선무대…대구 첫 주부 그룹사운드 'GG'

2일 저녁 7시30분 대구 달서구의 한 예식장은 평일임에도 불구, 사람들이 자꾸 모여들었다. 신랑신부는 없었다.

무대엔 옛날 교복 차림의 아줌마 8명이 올라 있었다. '불티''여고시절' 등 한 때 여러 사람을 '까무러치게' 만들었던 노래를 멋드러지게 불러대는 'GG주부밴드'. 'GG'는 Great Girl의 줄임말. 이들 '위대한 소녀들'은 2년 전 "언제나 소녀처럼 살아보자"며 밴드를 만들었다.

이날도 600여만 원이 넘는 '수입'을 올렸다. 무대 임차 비용 등 경비를 빼고는 고스란히 이웃돕기 성금으로 들어간다.

지난 여름엔 대구의 한 재활원 식구들과 포항 여행에 동행, '출장 연주'까지 했다. 몸이 불편한 재활원 사람들인데 그들의 연주를 듣고 벌떡 일어나 덩실 덩실 춤을 췄단다. 재활원 식구들이 음악 선물을 받은 것이 처음이라며.

올해 출장 공연만 20번이 넘었다. 어려운 이웃들이 찾는 복지관과 양로원 등이 그들의 무대다.물론 무료.

오는 15일엔 인천에서 열리는 자선 음악회에 참가한다. 22일부터 이틀동안엔 대구 영남대병원에서 환자들을 위한 위문공연을 한다. 어렵고 힘든 이웃이 부르면 언제라도 달려간다는 소문이 번지면서 GG주부밴드는 연예인만큼 바쁜 사람들이 됐다.

그들은 대구의 한 고교 학부모로 처음 만났다. 단장을 맡고 있는 이복란(46.드럼)씨가 '발동'을 걸었다.

"처음 밴드를 만들 땐 완전히 음악 초보인 아줌마들이 잘 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2년 동안 배우고 익히며 땀을 흘렸습니다."

이들은 1주일에 3번 오전에 모여 3시간 정도 연습한다. 공연 1주일 전엔 매일 맹연습 한다.

신입단원인 강미경(39·기타)씨는 이번 공연을 앞두고 몸살을 앓았다. 고된 연습 탓도 있지만 너무 긴장됐기 때문. 그러나 강씨는 이날 첫무대를 멋지게 해냈다.

"주부밴드에 가입한다고 했더니 핀잔을 주던 남편이 오늘 무대를 보고 박수를 열심히 쳤어요. 어깨가 으쓱했습니다." 강씨는 이웃을 돕는 기회, 그리고 자신에 대한 성취감을 밴드 활동을 통해 동시에 얻는다며 좋아했다.

주부로서 연습이 적지 않은데다 공연까지 많아져 바쁘다. 그들은 그래서 엄격한 단원 가입조건을 두고 있다. '베푸는 마음을 가진 사람일 것' '가정주부일 것' 그리고 '남편의 100% 찬성'이 그것. 무대에서는 물론 봉사, 그리고 본업인 살림에서도 100점짜리가 돼야 한다는 것.

"프로가 아니다 보니 실수가 많아요. 공연하다 드럼 스틱이 날아가 버린 적도 있습니다. 관객들이 폭소를 터뜨리기도 하죠. 어려운 이웃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좋아하는 음악도 할 수 있다는 것, 저희는 참 복이 많은 사람들입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사진 : 대구에서는 유일한 아마츄어 주부 그룹사운드 GG주부밴드. 8명으로 구성된 이 밴드는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자선공연을 펼치고 있다.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