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조기유학 열풍…너도 나도 떠난다

초교생 IMF때보다 19배나 늘어

중학교 2학년인 영규(가명.15.대구시 수성구)는 지난달 엄마와 2주간 미국 사립고교 투어를 다녀왔다. 입학신청을 한 6개 학교에서 인터뷰를 했기 때문이다. 비용만 1천만원이 들었다.

영규의 현재 SSAT(미국 사립 중·고교 입학시험)성적은 90%. 초교 6학년때 이미 토플 250점(300점 만점)을 받았다. 최상위급 성적이지만 영규처럼 조기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 중에는 각종 대회 참가나 악기, 운동, 리더십 등 몇년간 경력관리를 체계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영규는 "솔직히 미국 학생보다 한국인 조기유학생들이 더 겁난다"고 말했다.

초교 6학년 아들을 둔 주부 주모(42)씨는 지난달 23일 대구시내 한 유학원을 찾았다. "9살 때 가족과 한 달 정도 미국에 있었던 아들이 조기유학을 가겠다고 노래를 부르는 통에...". 그는 아이 핑계를 댔지만 "아줌마 몇 명이 벌써 자식과 캐나다로 떠났다"며 아들만 뒤 처지는 것 같아 불안하다고 했다. 회사원인 남편은 마지못해 승낙한 후 3, 4천만원의 유학 비용은 물론, '기러기 아빠'가 되는데 대한 걱정이 많다.

'한국의 교실'을 떠나는 아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한때 부유한 가정의 유별난 교육 행태로 비춰졌던 조기유학은 지난 2000년 이후 중산층까지 급속 확산되고 있으며 연령대도 초교 2,3학년까지 낮아지고 있다.

서울 종로유학원 조덕행 부장은 "최근 상대적으로 비용이 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중국, 인도, 말레이시아 등지로 유학 상대국이 넓어지면서 중산층 자녀의 유학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교육개발연구원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중·고교생의 해외유학은 IMF때(97~99년)와 비교해 6배나 늘었다. 초교생의 경우 19배나 증가했다.

유학에 대해 보수적이었던 대구에서 지난해 유학을 떠난 초.중.고생은 497명으로 2003년(284명)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하는 등 매년 큰 폭으로 느는 추세다. 유학원 관계자는 "고소득자 부모 상당수는 조기 유학을 보냈거나 보내는 문제를 놓고 고민중이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수성구 한 초교의 경우 올들어 30여명이 조기유학을 갔으며 한 중학교에서는 10여명이 떠났고 현재 3, 4명이 조기유학 준비 등으로 출석을 않고 있다. 이 중학교 교장은 "1년 이상 걸리기도 하고 한두 달만에 돌아오기도 한다"며 "너도 나도 나가는 탓에 막을 방법이 없다"고 했다. 달서구 한 초교 교감은 "학기중 유학을 금하고 있지만 적극적인 부모들은 아이들을 경쟁적으로 내보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묻지마 유학'에 대한 우려도 많다. 한국교육개발원 김홍원 본부장은 "조기유학 성공 가능성은 10명중 3~4명에 불과하고 성적이 더 떨어진 경우도 많다"며 "유학 중도포기, 귀국 후 부적응 등 심각한 실패를 경험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기획탐사팀=박병선기자 lala@msnet.co.kr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