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힌다는 것은 분명히 즐거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불행한 일로만 여길 수도 없을 것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세상 사람들의 관심 속에 있다가 서서히 잊히는 과정을 밟게 된다.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은 사람일수록 잊히는 과정에서 받는 충격은 클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매스 미디어는 세상 사람들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는 스타들을 양산하고 있다. 끊임없이 스타가 탄생하는 무대 중 하나가 스포츠계다. 또한 스포츠계는 수많은 스타들이 무대 뒤로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대부분의 스타들은 사람들의 관심(인기) 속에서 사라지지 않으려고 한다. 아마도 잊히는 충격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 여든 나이를 앞둔 왕년의 축구 스타가 신문사로 기자를 찾아왔다. 국가대표를 지낸 그는 지역 축구협회의 실무를 맡아 많은 활동을 하면서 '향토 축구 80년사'를 쓰고 축구 사진전도 여러 차례 열었던 원로 축구인이다.
커피숍에서 마주앉은 그 원로는 "월드컵 국가대표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예전에도 축구 선수들은 인기가 높았다"면서 "사인을 받으려고 동네 아이들이 몰려오고 여동생 친구들이 집까지 찾아온 적도 있었다"고 자랑했다. 지나간 세월이 아쉬운 듯 화려했던 시절의 축구 이야기를 한동안 들려 준 그 원로는 최근 자신이 만든 책과 브라질의 축구 황제 펠레의 시저스 킥 모습이 담긴 액자를 선물했다. 액자는 자신이 축구 사진전을 한 후 마지막까지 남겨둔 것이라며 스포츠 기자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 같아 가지고 왔다고 설명했다.
뜻밖의 고마운 선물에 당황하면서 "지역의 젊은 축구인들이 원로를 잘 대접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위로의 말을 던졌지만 그 원로는 "누구나 잊히게 마련"이라며 열심히 살 것을 주문했다. 시간이 되면 점심을 하자는 말에 선약을 핑계로 헤어진 후 추억 속으로 사라지는 스타의 아픔이 무엇인지를 되새겨볼 수 있었다.
한국 여자골프의 신기원을 이룬 박세리. 1997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무대에 진출, 지난해까지 20여 차례나 우승하는 등 신데렐라가 되었던 박세리는 올해 원인 모를 부진으로 영광스러웠던 이름이 잊힐 위기에 빠져 있다.
박세리의 부진에 대해 골프 전문가들은 기술적인 면모다 심리적인 요인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인기 절정의 시간을 누린 후 갑작스레 찾아 온 공허감으로 목표를 잃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성적이 좋지 않은 선수에 대한 언론의 외면이 박세리의 추락을 부채질했다는 지적도 설득력 있게 들린다.
대구 올드 야구팬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 출신의 이만수 코치(미국 시카고 화이트삭스). 팬 투표로 삼성 감독을 뽑았다면 '자신의 몸에는 파란 피가 흐른다'는 그는 지금 선동열 감독의 자리에 서 있을 것이다. 이 코치는 그러나 은퇴 과정에서 삼성과 등을 돌린 후 미국으로 떠나 팬들로부터 잊히고 있다.
세상에 영원한 스타는 없다. 혜성같이 떠오르는 스타들을 지켜보는 것은 즐거움이지만 지는 별들이 남긴 뒷모습은 아픔이다.
김교성 스포츠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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