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3살 거액 상속 소녀 상습학대 고통은…

김수민(13·여·가명)양은 2001년 2월11일을 잊을 수 없다. 바로 그 날, 아빠와 엄마, 오빠는 저 세상으로 떠났다. 수민이의 아홉번째 생일날이었다.

수민이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네식구가 아빠 승용차를 타고 나들이 가던 길. 졸음운전을 하던 15t 덤프트럭은 순식간에 아빠차를 덮쳤다. 수민이만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인천의 한 군부대에서 육군 소령으로 근무하던 든든한 아빠, 자상한 엄마, 따뜻했던 오빠. '공주님'은 졸지에 외톨이가 됐다.

사고가 난 그 해 가을, 대구에 사는 작은아버지 김모(43)씨가 수민이를 데려 가겠다며 나섰다. 수민이는 대구로 왔다. 대구에서의 4년동안 엄청난 상처를 입고 최근 거처를 대구 아동학대예방센터로 옮겼다.

경찰은 9일 김 씨를 구속하고 작은어머니 이모(38)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수민이를 상습적으로 학대(아동복지법 위반)한 혐의.

경찰 조사결과, 지난해 8월 어느 날. 작은어머니는 "수민이가 밥을 빨리 먹지 않는다"며 초시계로 시간을 쟀다. "한숟갈 먹을 때마다 시간 초과하면 1초를 넘는데 10대씩"이라고 윽박질렀다.

수민이가 겁에 질려 제대로 먹지 못하자, 이 씨는 강제로 수민이 입에 밥을 떠 넣었다. 음식물이 흘러 내리자 수민이는 땅에 떨어진 음식물을 핥아 먹어야 했다. 김 씨도 합세했다. 옷을 모두 벗기고 '엎드려 뻗쳐'를 시켰다. 지쳐 쓰러지려하자 김 씨는 부엌에서 흉기를 들고 와 수민이의 무릎 밑에 놓았다. "쓰러지면 여기 닿아 네 무릎이 다칠거야."

수민이는 울었다. 이 씨는 "시끄럽다"고 했다. 그리고 키친 타올로 수민이의 입을 틀어막고 투명테이프로 발라버렸다.

"수민이는 부모님 사망으로 모두 9억 3천여만 원을 받게 됐습니다. 아버지가 군인이라 국가유공자 연금은 물론, 퇴직금, 교통사고 피해보상금 등이 꽤 많았죠. 구속된 김 씨는 수민이의 친가와 외가에 보상금 가운데 일부를 떼주고는 '수민이를 내가 맡겠다'며 6억 2천여만원을 챙겼습니다." 대구경찰청 수사관의 이야기다.

한국복지재단 대구 아동학대예방센터 김근용 소장은 "경찰조사에서 김 씨는 '6억여 원을 모두 써버렸다'고 했는데 이를 믿을 수 없다"며 "수민이 미래를 위해서라도 경찰은 반드시 이 돈의 일부를 찾아내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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