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일단 즐거워야 흥미를 느끼는 게 요즘 젊은이들의 특성이고 보면 사진 찍는 것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 첨단기술을 갖춘 디카(디지털 카메라)와 폰카(휴대폰 카메라)가 쏟아져 나오지만 금방 식상해한다. 너무 쉽게 찍었다가 금방 지울 수 있는 단순함 때문이다.
이들에겐 사진 찍는 것도 하나의 놀이. 장난감 같은 '토카(토이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현상하는 아날로그 방식에 매력을 느낀다.
토이카메라를 즐겨 찾는 층은 중·고교생과 대학생들. 1만~3만 원대의 저렴한 가격과 누구나 쉽게 다룰 수 있는 장점 때문이다. 게다가 깡통, 축구공, 권총, 원형통 커피믹스 등의 친근한 외양도 애착을 갖게 만든다. 젤리느낌의 고무로 만든 카메라도 앙증맞다. 필름을 감고 인화된 사진을 기다리는 기쁨 역시 디카와 비교할 수 없는 매력이다.
김민주(16·여·ㄱ여고 2) 양은 "디카는 수백 장 찍었다 지울 수 있기 때문에 쉽게 질린다"며 "보기만 해도 재미있는 토카는 소풍, 수학여행, 놀이공원 등에서 위력을 발휘한다"고 예찬론을 폈다. 이인애(15·여·ㄷ여고1) 양도 "보면 볼수록 신기하고 재미있다"며 맞장구를 쳤다.
토이카메라라고 해서 성능까지 장난감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오산. 아홉 개의 렌즈가 달려있어 셔터를 누르면 각기 다른 각도에서 아홉 장의 사진이 찍히는가 하면 사진 한 장에 여덟 가지 표정을 담을 수 있는 특수기능카메라까지 있을 정도다.
인터넷동호회 토이카메라 세상(cafe.daum.net/toycamera) 운영장 '토카쥔장'은 "값비싼 수동카메라들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설명하기 힘든 토카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다"며 "올 들어 카페 회원 수가 부쩍 늘고 좋은 정보도 많이 올라오는 등 젊은층 사이에 토카세상이 열리고 있다"고 했다.
카메라마다 찍히는 사진의 느낌이 다른 것도 매력이다. 때문에 한번 토이카메라의 매력에 빠지면 곧바로 다른 토이카메라에 관심을 가진다. 이용가치도 높다. 초등학생 아이들 선물용으로도 딱 맞다. 보기만 해도 재미있는 데다 어릴 때부터 카메라 다루는 법과 사진찍는 요령까지 배울 수 있어서다.
학생들 사이에선 토이카메라로 찍은 사진으로 방 한쪽 면을 도배한 친구들도 적잖으며 젊은 층이 자주 찾는 술집 등에서는 폴라로이드 사진(즉석사진)과 함께 토카로 재미있게 찍은 사진들로 한쪽 벽면을 채우다시피 하기도 한다. 손님들의 반응도 재미있다는 표정이다.
'토이카메라 세상' 외에도 '하프&토이카메라(cafe.naver.com/halfntoy.cafe)' 등 인터넷상의 동호회 활동과 오프라인상의 활동도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카페에선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특별회원 정보방도 운영되고 있으며 즉석 토카 직찍(직접 찍은 사진) 콘테스트도 열린다.
토카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건 2년여 전. 이웃나라 일본에서 박물관, 전시관 등을 방문하면 장난스럽게 만든 1회용 카메라를 무료 증정용으로 준 것이 시초였다. 장난기와 응용력이 뛰어난 선두 개발업체들이 이를 상품용으로 개발, 다양한 모양과 독특한 기능을 가진 카메라로 만들어 팔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붐이 일기 시작했다.
대구 중구 중앙지하상가 카메라월드 여종업원 박지은(25·여) 씨는 "서울에 비해 대구에서는 아직까지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없지만 점차 동호회도 생기기 시작하고 마니아도 늘고 있는 추세"라고 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 : 두 여고생이 대구 중구 중앙지하상가 카메라월드에서 다양한 모양의 토이카메라를 만져보고 신기한 듯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대통령실 "국민추천제, 7만4천건 접수"…장·차관 추천 오늘 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