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톡!톡! 튀는 이색 송년모임

부장님! 가면무도회 어때요

송년회가 톡톡 튄다. 직원들이 이벤트 업체를 불러 사장집에서 연말 회식자리를 가지는가 하면 각종 마술쇼, 재즈댄스 등 다양한 볼거리와 재미를 가미한 송년행사가 줄을 잇고 있다. 이들은 당당하게 주장한다. "술 마시고 흥청망청 노는 송년회는 가라."

▲가면무도회, 이브닝 드레스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대구·경북지회 회원들은 지난해 연말에 이어 올해도 아주 특별한 송년모임을 가질 예정이다.16일 대구 에어포트호텔에서 열리는 이들의 송년모임은 제목부터 독특하다. '춤과 와인이 있는 작은 떨림의 밤'. 올해의 화두인 '블루오션'을 본떠 '블루뮤직파티' 형식으로 연다. 가면무도회 형식으로 열리는 이들의 송년행사는 마치 영국이나 프랑스 귀족 부인들의 가든파티 같은 분위기라 그날 하루는 모든 것이 새롭기만 하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대구경북지회 석정달 회장은 "이런 모임을 통해 한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기분을 만끽하며 새해를 맞이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주)태평양 대구지부 백화점 판매사원들도 지난해 이브닝 드레스 차림으로 근사한 송년모임을 가졌다. 이들은 마치 공주가 된 것처럼 차려 입고 자신의 매력을 한껏 발산하며 서로에게 큰 기쁨을 주는 시간을 가졌다.이들은 올해도 뭔가 특별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마술파티, 댄스 퍼레이드 등 어떤 새로운 형식의 송년회를 할지 뜻을 모으고 있다.

▲직원 아내에게 감동을

지난 8일 한 호텔에서 이벤트 업체를 부른 뒤 성대한 송년모임을 가진 건축시행사 (주)램코는 갑자기 아내를 불러낸 뒤 남편의 이름으로 금 1냥씩을 깜짝 선물했다. 갑작스런 선물에 아내들을 놀라긴 했지만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회사의 배려가 내심 고마웠던 것. 이 회사 관계자는 "아내를 감동시키는 것이 바로 회사에 활기를 불어넣고 직장을 갖고 있는 남편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고 그 배경을 털어놨다.

지난 9일 대구 아마추어 야구동호인연합회도 가족 중심의 송년회를 마련, 이벤트 업체를 불러 그 프로그램에 맞춰 자녀들과 함께할 수 있는 게임 등 가족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대구 여자JC 역시 지난 10일 저녁 동구 GS프라자에서 가족들을 초청, 송년회 겸 회장 이·취임식 행사를 가졌다.아파트 시행사인 (주)민주산업개발도 오는 23일 대구 인터불고 호텔에서 직원 및 가족들과 함께 마술쇼, 대형로고에 촛불 밝히기, 댄스 대결 등 흥겨운 행사를 준비해뒀다.

▲연예인 초청, 디너쇼같이

대구의 한 병원가족은 연말 송년모임 겸 집안어른 칠순잔치 때 가수 문희옥 씨를 불러 흥을 돋웠다. 비록 비용은 컸지만 모두들 즐거워했으며 연예인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 기쁨은 두 배였다.

큰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한 대가족은 1천만 원대 고비용이 들더라도 국민가수인 조용필 씨를 초청해 모임의 격을 한단계 높이면서 파티를 즐겼다. 이는 독특한 방식의 송년회가 되겠지만 부유층 송년회의 한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대구·경북 소아과협회는 지난 9일 동대구 제이스호텔 연회장에서 송년회를 가졌다. 직접 연예인을 초청하진 못했지만 연예인 닮은꼴 선발대회를 가져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21세기 커뮤니케이션즈 김치주(35) 대표는 "최근 가족단위의 송년모임이 활성화되면서 비용이 좀 들더라도 격조있게 모임을 가지려는 기업, 단체, 개인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며 "대구에도 연예인들이 등급별로 나눠져 각종 행사에 불려다닌다"고 말했다.

◇ 봉사망년회 기업 확산

봉사활동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기업들도 적잖다. 이들은 돈쓰는 송년회 대신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돌보며 한 해의 의미를 되돌아본다.

포항제철소 설비기술부 직원들은 지난 주말 겨울을 맞아 지체장애우들과 불우노인들이 함께 생활하는 칠포 들꽃마을을 찾아가 텃밭 100여 평을 함께 가꾸었다. 또 개별 집을 방문해 주변 청소를 돕기도 하고 부엌칼 갈기, 유리창 닦기 등 소소한 일까지 도움의 손길을 주고왔다.

포스코 외주파트너사인 세영기업 나눔봉사단은 겨울철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연화재, 경북 과학고 주변 등 급경사로에 제설용 모래주머니 비치, 환호 해맞이 공원 정화활동 등 연말을 맞아 더욱 바쁜 봉사활동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다.

10명 정예멤버로 구성된 창원특수강 봉사팀 '함께하는 사람들의 모임(함사모)'은 지난달 송년 모임 겸 마지막 봉사활동으로 경남 마산 내서읍 '숲속 자람터'라는 곳을 방문, 학교에서 추천받은 불우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지난 4월에는 독도를 방문, 독도경비대원들에게 성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함사모 서한정 회장은 "매월 시설방문, 분기별 농촌봉사활동, 연말 봉사활동 등을 하는데 그 의미가 남다르다"며 "돈만 많이 드는 소비적인 송년회 문화는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포항철강공단 입주업체 (주)삼정 피엔에이 임직원들은 지난해 연말 송년회를 취소하고 그 비용 전액을 사회복지시설에 전달했다.

구미 LG전자 사회공헌그룹도 지난해 사내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자원봉사자들을 모집, 부서별로 복지기관을 방문하는 등 활발한 연말 봉사로 사내에 훈풍을 불어넣고 있다.

이 밖에도 직원들이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 캐럴을 불러주며 환자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병원도 있으며 소년소녀가장들을 초청해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송년모임을 가지기도 하고 경로당·요양원 등에서 연주회를 해주는 기업내 동아리 봉사단도 있는 등 송년봉사모임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권성훈기자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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