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시아가 쓰나미(지진해일) 참사를 당한 지 1년째를 맞는 26일, 피해국들은 정부 주도의 추모행사를 거행하고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인도네시아와 스리랑카, 태국 등에서는 지난해 이날 쓰나미가 닥친 시간에 사이렌을 울리고 조기를 게양했으며, 곳곳에서 벌어진 추모 행사에서 묵념을 하며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인도네시아의 최대 쓰나미 피해지역인 아체주의 반다 아체에서는 쓰나미 당시 유일하게 파괴되지 않은 울리 리우 사원에서 외국 대표단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행사가 열렸다.
1분간의 묵념 후 이날 오전 8시16분(이하 현지시간) 사이렌 소리와 함께 시작된 행사에서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은 "오늘 우리는 고통을 기억하고, 바다에서 목숨을 잃은 남녀와 어린이들에게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하기 위해 이 자리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쓰나미 생존자들의 능력과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 생존자들은 우리에게 삶이 아름답고 투쟁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일깨웠다"고 강조했다. 이날 울린 사이렌은 지난해에는 없었던, 새 쓰나미 경보 시스템에 사용되는 소리로 이날 시험 가동됐다. 유도요노 대통령은 이어 4만7천여 명이 묻힌 묘지 위에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꽃잎을 뿌렸다. 추모행사가 끝난 뒤 생존자들이 새로 입주한 지역과 희생자들이 묻힌 묘지를 방문한 유도요노 대통령은 쓰나미에 대비한 새 경보 시스템 시험행사에도 참석했다.
이날 쓰나미로 부모와 두 딸을 잃은 다르마와티(39) 씨는 남편과 함께 사원을 방문, "죽은 가족들이 평화 속에서 쉴 수 있도록 기도하는 것이 나에겐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쓰나미 사망자 22만 명 가운데 인도네시아인은 16만8천 명이며, 이 중 아체주에선 최소한 13만1천여 명이 숨지고 3만7천여 명이 행방불명됐다.스리랑카 정부도 쓰나미가 기습한 시간인 이날 오전 9시30분에 맞춰 2분간의 묵념을 실시하고 불교와 힌두교, 이슬람교, 기독교 등 4개 종교를 대표하는 성직자들의 기도로 추모행사를 시작했다.
쓰나미로 인한 열차 탈선사고로 승객 2천여 명이 집단 사망한 콜롬보 남쪽 81㎞ 지점의 페랄리야는 비극의 상징이자 추모의 중심지이다.타밀 반군의 추모행사 공격 가능성이 우려돼 왔던 스리랑카의 사망자는 인도네시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3만1천 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페랄리야의 불교 사찰들은 이미 추모제 준비를 마쳤으며, 마힌다 라자파크세 신임 대통령은 이곳에서 거행되는 추모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아누라 프리야드하르샤나 야파 공보장관은 "쓰나미 관련 업무를 조정하고, 재건작업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자야 랑카' 프로젝트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스리랑카관광위원회는 해안선을 따라 철야 촛불기도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5천400명에 이르는 사망자 중 절반가량이 외국인 관광객이었던 태국에서도 쓰나미 생존자 및 유족들이 쓰나미가 닥쳤던 남부의 해변으로 몰려들어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했다.쓰나미 1주년에 즈음해 태국에서는 지난주부터 철야기도, 헌화행사가 이어졌다.
또 스웨덴, 오스트리아, 호주, 독일, 프랑스 등지에서 온 희생자의 가족들이 쓰나미가 몰아닥쳤던 6개 해안지역 내 7개 장소에 모여 각각 추모 행사를 가졌다.탁신 치나왓 태국 총리는 이날 오후 팡아주(州)의 국제 휴양지 카오락에서 쓰나미 희생자 추모를 위한 주춧돌을 놓고 저녁 무렵에는 모든 종파를 초월한 추도의식을 주재할 예정이다.
시신과 건물잔해가 나뒹굴었던 태국의 해변에는 이제 쓰나미 추모공원, 쓰나미경보탑, 방파제 등이 들어서 또 다른 재난에 대비하고 있다.그러나 현재까지도 시신 800여 구의 신원이 확인되지 않고 있어 유족들의 장례절차가 계속 늦춰지고 있다. 이 밖에 인도에서는 최악의 피해를 입은 타밀 나두주(州) 해안에서 촛불 철야기도가 열린다. 만모한 싱 총리는 많은 희생자를 낸 안다만과 니코바르 제도를 방문할 계획이다.
이날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세계의 지도자들은 비디오 테이프를 통해 인도네시아 아체 지역에 추모 메시지를 전달했다. 부시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아체 지역 방송을 통해 이날을 '슬픔의 날'이라고 표현하고 자연은 무서운 힘이며 큰 비극을 가져올 수 있으나 역사 속에서 인류는 재난에서 새로움을 창조해왔다고 강조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쓰나미가) 너무 잔인하고 빠르고 광범위하게 몰아닥쳐 우리는 이를 완전히 극복하기 위해 아직도 싸우고 있다"고 말하고 어떤 면에서 보면 가장 어려운 시간이 앞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많은 생존자들이 아직 큰 어려움을 견디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들에게 좋은 집과 일할 기회가 주어질 때까지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다 아체·페랄리야APAFPdpa연합뉴스
댓글 많은 뉴스
법원장회의 "법치주의 실현 위해 사법독립 반드시 보장돼야"
'박정희 기념사업' 조례 폐지안 본회의 부결… 의회 앞에서 찬반 집회도
李대통령 "한국서 가장 힘센 사람 됐다" 이 말에 환호나온 이유
李대통령 지지율 50%대로 하락…美 구금 여파?
김진태 발언 통제한 李대통령…국힘 "내편 얘기만 듣는 오만·독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