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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 구조조정·특성화없이 설 자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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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혁신. 21세기 지식기반 사회를 맞은 세계 각국의 주요 정책 어젠다(agenda)이다. 그러나 지난날 전국적 명성을 날리던 대구·경북의 대학들은 이제 지역과 기업의 혁신을 선도하기는커녕 생존에 급급한 실정이다.

사회와 유리된 대학, 판에 박힌 학제, 내부 경쟁 없는 시스템, 낮은 취업률, 정원 미충원, 학력저하 등이 부메랑이 돼 지역에 짐이 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지역 대학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구조조정과 특성화로 지역혁신, 기업지원을 선도하거나 세계적인 대학으로 성장한 다른 나라의 대학을 통해 지역 대학들의 생존 모델을 찾아본다.

◇지역대학의 현실은?='취업률 전국 178위, 교원임용고시 합격률 48.9%, 구조개혁 선도대학 탈락…'

한때 한강 이남 최고이자 지역 거점대학임을 자부했던 경북대의 현 자화상이다. 2000년 들어 신입생 5천 명 시대를 맞은 경북대는 20여 년 전보다 학생 수가 40%가량 늘었지만 경쟁력은 나날이 추락하고 있다. 각 기관의 대학평가에서 10위권 밖으로 밀려나기 일쑤이고 상당수 학과는 신입생 채우기에도 벅차다.

경북대가 이 같은 상황이라면 다른 대학들의 형편은 말할 나위조차 없다. 백화점식 학과개설과 특성 없는 학제, 연구력 부재, 입학자원 감소 등이 족쇄가 돼 표류하고 있다. 출혈경쟁을 벌이다 공멸할 수도 있는 실정이다.

교수사회도 변화를 외면하고 있다. 끼리끼리 감싸기로 '밥그릇'을 지키며 자기네 학과의 구조조정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외국의 경우는?=대구·경북의 대학들은 변화를 거부하며 쇠락의 길을 걷고 있지만 세계의 대학들은 자신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치고 있다.

일본의 대학들도 한국처럼 흔들리고 있지만 꾸준한 개혁으로 성과가 서서히 나타나는 경우다. 2007년이 되면 4년 만에 수험생이 12만 명 감소한다. 사립대의 경우는 향후 5년 안에 48개교가 폐교될 정도로 위기국면이다.

이 같은 주변 여건 때문에 일본은 정부가 앞장서 대학 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해 국립대를 모두 법인화시켜 연구성과와 구조조정 상황에 따라 차등지원하고 주요 대학마다 대표적인 역점사업(COE)프로젝트를 지원, 국제경쟁력을 갖춘 연구거점 대학을 육성하고 있다. 사학법인들은 최근 3년간 20개 대학을 합병시키는 등 대학통폐합, 특성화 대학으로의 변신, 해외 유학생 유치, 입시학원으로의 전환 등 자구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기타 에이지 츠쿠바대 교수는 "국립대도 법인화하면서 수익을 창출하고 연구성과를 실용화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며 "차별화, 특성화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21세기 초강대국 도약의 원천을 대학교육에서 찾고 있다. 이를 실천하는 프로젝트가 '985공정'과 '211공정. 985공정은 중국의 9개 대학을 선정, 세계 최고수준의 대학으로 육성하겠다는 야심찬 프로그램이다. 211공정은 21세기를 선도하는 100개 대학을 육성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파격적인 지원을 하는 프로그램. 이미 2002년까지 10년 동안 723개 대학이 289개 대학으로 합병해 숫자를 줄여놓았다.

'아시아 교육허브'를 꿈꾸는 싱가포르는 대학의 국제화, 특성화를 밀어붙여 싱가포르 국립대를 세계 10위권 대학으로 성장시켰고 세계 최고수준의 외국대학 분교 유치에도 열성이다.

한국출신인 싱가포르 국립대 조병진(43·컴퓨터 공학과) 교수는"싱가포르 대학은 사회적 수요가 없는 학과를 폐지해도 반대가 없는 것은 물론 교수 급여도 능력에 따라 3배까지 차이가 난다"고 밝혔다.

이춘수기자 zap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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