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원화 강세…새해벽두부터 비상

지역中企 대책마련 분주

5일 원·달러 환율이 8개월 만에 1천 원 선이 무너지면서 대구·경북지역 중소 수출기업들이 새해 벽두부터 비상이 걸렸다. 지역 제조업체들은 세계 경기 침체 등으로 수출여건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 하락세까지 겹침에 따라 수출여건이 더 악화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특히 적정 환율을 1천 원 이상으로 잡고 있는 지역의 안경, 자동차부품, 섬유업체들은 환율 하락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안경테 생산업체인 삼원산업은 "값싼 중국제품의 등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환율 하락까지 겹쳐 타격이 크다"면서 "마땅한 대책이 없어 관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화섬유공업 관계자는 "환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아 채산성 악화가 우려된다"며 "원가절감을 위해 불필요한 경비를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동차부품 수출기업인 평화정공도 "올해 환율을 1천 원 선으로 예상하고 매출액을 잡고 있었는데 매출액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반면 에스엘은 "2004년, 2005년 두 차례에 걸쳐 선물환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현재 환율하락으로 인한 손해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환변동에 대비한 보험에 가입하는 지역 기업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수출보험공사 대구지사에 따르면 대구지역 환변동보험 가입실적은 지난해 1조1천231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의 5천364억 원보다 2배 이상 늘었다.

대구상공회의소 측은 "지역업체들은 환위험관리를 위해 수출보험공사의 환변동보험에 적극 가입하고 선물환 거래를 해야 한다"며 "환차손·환차익에 대한 지역 중소기업 CEO들의 의식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구미공단에서는 원·달러 환율 폭락 여파가 당장 피해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상당기간 지속될 경우 큰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의 경쟁이 심해지고 있는 구미공단의 전자·섬유 등 수출업계의 경우 그 충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구미공단 내 대기업들은 원화평가 절상에 대비는 해왔으나 장기화되면 큰 타격이 불가피해 환리스크관리를 강화하고, 결제통화를 달러화에서 유로화나 엔화로 바꾸는 것을 확대하는 등 긴급 대책에 나섰다.

구미상의는 달러당 원화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구미공단 환차손액은 월 평균 60억~70억 원 정도가 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 2월 환율하락 때도 구미공단 휴대전화·LCD·디지털TV 등 전자업종의 한 달간 환차손이 무려 500억 원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경우 구미공단의 주력제품이자 대중국 수출물량이 많은 휴대전화, 반도체, LCD 등 국내생산 비중이 큰 사업부문에 적지 않은 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고부가화 원가절감과 수출다변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LG전자와 LG필립스LCD 등 LG계열사도 연초부터 달러당 평균환율이 1천 원대 이하로 내려갈 것에 따른 대비책 마련과 유로화 결제비율을 확대해왔기 때문에 당장 '충격'은 없지만 환율하락 장기화를 우려하고 있다.

구미공단에서 전자제품 다음으로 수출 비중이 높은 코오롱·한국합섬·새한 등 화섬 및 제직업체의 경우도 환율 급락이 중국·대만 등 경쟁국가와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빚어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안겨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구미공단 수출업체 300여 개 중 환변동 보험에 가입한 기업은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msnet.co.kr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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