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변산반도의 속살

내소사 전나무 숲길 낭만 데이트

갯벌과 해안의 아름다움을 경험했다면 변산반도의 속살을 둘러볼 때다. 출발은 내소사. 내소사는 백제 무왕 34년인 633년에 창건된 절이다. 보물 277호인 고려동종 등 문화재를 지니고 있다. 내소사를 찾는 여행객들을 압도하는 건 입구 600m에 이르는 전나무 숲길. 지난해 12월 내린 폭설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지만 시원시원한 모습은 여전하다. 겨울답게 전나무 터널 속 찬바람이 매섭다. 하지만 절 내로 들어서면 뭔지 모를 포근함이 먼저 반긴다. 순박하면서도 아늑한 기운이다.

내소사에선 지을 때 못 하나 쓰지않고 단청을 하지 않은 대웅보전이 유명하다. 정갈하면서도 고풍스럽다. 이 정갈함이 그대로 밴 곳은 대웅보전 전면의 8짝 문짝. 국화꽃이 활짝 핀 꽃살문이 화려하면서도 소박하다. 채색이 지워지고 나뭇결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복잡하고 짜증나는 세상사에서 한발 물러나 조용하게 겨울을 보내고 싶다면 한번쯤 내소사를 찾아 소박함과 정갈함을 배울 만하다. 내소사를 중심으로 주변에 볼거리가 많다. 운해를 배경으로 일몰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사람들은 월명암을 찾는다. 내소사 입구에서 오르는 내변산 직소폭포에서 1시간 정도 더 올라야 한다. 내소사 바로 옆의 곰소항으로 가면 젓갈류를 싼값에 구입할 수 있는 젓갈단지가 있다. 이곳을 지나면 곰소염전. 한겨울이라 겉모습만 볼 수 있다.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전라좌수영 세트장은 변산의 새로운 볼거리다. 전라좌수영은 아직 관광지로 다듬지는 못했다. 눈이 녹으면서 땅이 질퍽질퍽해 다니기조차 어려울 정도. 그래서 주차료 2천원 외에는 입장료가 없다. 하지만 아담한 궁항을 배경으로 자리잡은 세트장 자체는 볼 만하다. 나무로 세워 만든 망루에도 올라가 볼 수 있다.

역사 속의 이순신과 아무 연고가 없는 부안에 세트장이 들어선 것도 의아하다. 서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과 낙조의 풍광 덕이었으리라.

이왕이면 인근의 부안영상테마파크도 둘러보자. 이곳에선 영화 '왕의 남자',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을 촬영했다. 부근에 금구원 조각공원이 있다. 시간을 내서 가볼 만한 곳이다. 조각가 김오성의 조각작품들이 모여 있다. 주로 여인의 아름다운 몸을 표현해낸 작품이 많다. 입장료 1천 원은 입구의 함에 자율적으로 내고 들어가면 된다.

◇변산반도의 맛

바다도 보고 낙조도 보고 변산반도의 속살까지 들여다봤다면 허기진 배를 채울 차례다. 얼마나 맛있는 음식을 먹었나 하는 것은 여행의 또 다른 묘미. 변산반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대표적인 먹을거리를 물어물어 찾아보는 것도 여행의 한 부분이다.

변산의 맛은 바지락죽이다. 요즘은 백합죽이 새로 개발되기도 했지만 바지락죽은 여전한 인기를 누린다. 상록해수욕장이나 해창갯벌에서 채취하는 자연산 바지락을 주재료로 죽을 쑤는데 맛이 기막히다. 특히 술마신 뒤 해장용으로 좋다.

바지락죽의 원조는 14년째 바지락죽을 끓여온 변산온천산장(063-584-4874). 식당이름은 온천산장이지만 지금은 식당만 운영한다. 이 집의 그릇마다에는 '바지락죽을 개발한 집'이라는 글이 쓰여있다. 저마다 원조를 내세우지만 진짜 원조라는 뜻이다. 바지락죽에는 당근, 파, 녹두, 마늘, 표고버섯 외에도 수삼을 갈아넣는다. 비린내를 없애주기 위한 것. 바지락회무침도 별미다. 원래는 바지락을 날것으로 회를 치지만 안전을 위해 살짝 데친다. 여기다 오이 등 야채와 함께 초고추장에 새콤하게 무쳐낸다. 깔끔한 맛이 일품. 등산객들이 많이 찾아 식사시간이면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한다. 30번 국도에서 변산온천 방향으로 접어들어 100m쯤 가면 삼거리다. 왼쪽은 온천방향이고 오른쪽 산길을 따라가다 마을을 지나면 변산온천산장이 나온다.

변산반도에선 자연산 백합을 사용해 개운하고 감칠 맛이 나는 백합죽 역시 독특한 맛을 낸다. 전라도 음식은 곰소항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곰소젓갈단지엔 한겨울에도 관광버스가 정기적으로 들를 만큼 새우젓에서부터 각종 액젓류, 멸치젓, 밴댕이젓, 갈치젓 등을 사러오는 방문객이 줄을 잇는다.

젓갈단지 뒤쪽의 횟집들은 조용하다. 지난해 폭설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평일 저녁이라지만 그 많은 가게가 문을 닫고 달랑 한 집이 문을 열었다. 폭설 이후 젓갈단지를 찾는 손님들이 뚝 떨어지면서 그 여파가 이곳까지 몰아쳤다. 이곳에서는 회보다 조개구이를 먹는 것이 토속적이다. 4만~5만 원이면 3명이서 소주 한잔을 곁들여 배불리 먹을 수 있다.

글·박운석기자 dolbbi@msnet.co.kr

사진·정재호편집위원 newj@msnet.co.kr

사진:내소사 입구 전나무 숲길. 지난해 12월 내린 폭설이 녹지 않고 얼어붙어 있어 찬바람이 정신을 차리게 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