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이후엔 연기를 남의 일처럼 생각했어요. 그냥 살다가 기회가 온다면 감사히 하는 걸로요."
탤런트 이승연이 20년만에 리메이크되는 SBS 드라마 '사랑과야망(극본 김수현, 연출 곽영범)'에서 여주인공 '미자'의 앞길을 열어주는 의상 디자이너 '혜주' 역을 맡아 안방극장에 돌아온다.
'위안부 누드 파문' 이후 2년이 지난 시점이다. 벌써 2년이나 흘렀나 싶을 정도로 충격도, 상처도 큰 사건이었다. 조연을 맡으면서도 책임감은 어느 때보다 강한 건 이 때문이다.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를 놓고 봤을 때 지난 2년이 최악이 될 수도 있고 숙성기가 될 수도 있겠지요. 동대문에서 옷가게를 할 때 얼굴을 걸고 옷을 팔았듯이 연기도 얼굴과 이름을 걸고 해야죠. 사는 게 배우고 느끼고 뉘우치는 일의 연속인 것 같아요."
담담한 표정이지만 그동안 사건의 '장본인'으로서 겪었던 마음 고생이 얼굴을 스친다. 한밤에 무작정 전남 장성의 백양사를 찾았던 이야기에 이르러서는 스스로를 추스를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던 시간이 떠오르는지 허공에 눈길을 준다.
"지난해 2월 한밤중에 펑펑 울면서 차를 몰고 백양사를 찾아갔어요. 심신이 지쳐있어서 밤새 울다왔죠. 살아왔던 시간을 돌아보면서 모자란 점 고치고 잘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곤 돌아와서 동대문에 옷가게를 냈어요."
동대문 상가의 치열함은 그에게 얼마간의 생기를 불어넣었다. 하루에 몇시간 잠도 못자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상인들의 모습에 기운을 냈다.
"동대문에서 배울 점이 많아요. 대충 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고 다들 잠도 2-3시간밖에 안 자면서 일에 미쳐있어요. 나름의 애환이 많겠지만 그 치열함 때문에 기분이 좋아져요."
지난해 김기덕 감독과 영화 '빈집'을 찍을 때까지만 해도 이승연의 행보는 여전히 조심스러웠다. 베니스 영화제 감독상 수상에 이어 '빈집'에 좋은 소식이 잇따라 찾아왔지만 이승연의 입지는 여전히 좁았다.
이제는 연기자 본래의 모습으로 안방극장을 찾는다. 곽영범 PD가 "의상 디자이너에 이미지가 맞고 연기를 잘한다"며 이승연에 대한 신뢰를 보였고 김수현 작가와도 '사랑과 야망'으로 세번째 만나지만 시청자들이 과연 이승연을 편안하게 바라봐줄지는 미지수다.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을 이승연도 잘 알고 있다. 자신에게 사건이 많았고 일이 커졌던 걸 인정하면서 "모든 걸 신중하게 결정하고 판단해야겠다"는 결심과 "느긋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함께 내비친다.
"저를 봐주시는 분들에게 책임감을 가져야죠. 잘못을 받아들이고 바뀌는 게 중요하잖아요. 열심히 하고 싶은데 조금은 느긋하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2월4일부터 방송될 '사랑과 야망'에서 이승연은 7회부터 얼굴을 내민다. 복귀가 결정되고 방송이 임박한 만큼 시청자를 설득하는 것은 이제 이승연의 몫이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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