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국내, 국외의 간격은 거의 사라졌다. 언제든지 비행기 표만 사면 어느 나라든 마음대로 갈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해외 장기 체류자도 점점 늘고 있다. 세계 10위를 바라보는 경제력이라니 그 경제력만큼 많은 사람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내가 체험한 경우도 이제 일본 도쿄, 중국 베이징, 미국 LA는 먼 외국이 아니다. 파리, 런던 그리고 프랑크푸르트, 모스크바도 비슷하다.
내가 몸담고 있는 대학에서만도 1년에 몇 명씩은 가족을 동반 해외로 나간다. 소위 안식년 제도 덕분이다. 규모가 큰 대학일수록 그 숫자는 더 많다. 그 일은 고무적인 일이라 생각된다. 안식을 하던, 연구를 하던 가족 단위로 해외 체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공무원들의 해외 연수제도도 활성화 되고 있다. 장·단기로 나가는 숫자가 적지 않다. 이것은 결코 국력의 낭비가 아니다. 결과론으로 언젠가는 국가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사실 그간은 외교 공무원이나 해외에 장기 체류하는 정도였다.
나도 일본, 파리에서 1년씩 살아 봤다. 유학 생활이 아니고 안식년 생활이라 삶의 여유도 있었다. 따라서 여기 저기 마음대로 기웃거릴 수 있었다.
그 경험 중 소중했던 기억이 한국문화원에 출입한 것이다. 해당국에 소재하는 한국문화원은 언제나 자랑스러운 곳이었다. 신문, 잡지도 볼 수 있었고 해당국 정보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끔 가는 영화, 음악회, 전시회는 가족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때로는 그 자료를 해당국 친지에게 전달해 주기도 했다, 한국을 알릴 기회였다. 자연스런 애국적 행위가 되었을 것이다.
나도 학생 시절 국내에 있는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문화원 등을 출입한 경험이 있다. 해외에 대한 꿈을 키우고 작은 공부도 했다. 국내 문화원의 규모는 그 나라의 국력을 말해주는 것으로 느꼈다. 대사관이야 비자 받으러 가는 정도이니 친밀감을 느낄 수 없었으나 문화원은 그렇지가 않았다.
이번에는 반대로 외국에 나가게 되니 느낌은 반대였다. 나는 동경, 뉴욕, 파리 한국문화원을 경험했다. 몇 년 전에는 동경에서 강의를 한 적도 있다. 청중 중에는 한국인도 있었으나 일본인이 더 많았다. 개중에는 한국말을 할 줄 아는 분도 있었다. 질문도 한국어로 받았다.
파리에서는 한국문화원에 자주 갔다. 그런데 아쉬운 점이 많았다. 파리의 한국문화원과 가까운 곳에 일본의 문화원이 있었다. 따라서 비교되곤 했다. 일본 것은 길목도 좋고 건물도 아름답고 시설, 자료 등도 좋았다. 그에 비해 우리 것은 너무 초라했다. 일본 것은 자가 건물이었는데 우리 것은 남의 건물에 세든 것이었다. 국력에 비해서도 너무 차이가 났다. 그것은 뉴욕도 마찬가지였다.
문화원이라는 이름도 좀 문제였다. 협의적인 것 같다. 아마 문화관광부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그런 이름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이제 그 이름을 코리아 센터로 바꾸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문화원장은 순환보직이다. 참사관급이 원장을 맞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주재국 대사의 영향아래 놓이게 된다. 정부는 주재국을 잘 아는 전문가가 장기간 소신을 가지고 일할 수 있게 해 줘야 할 것이다. 외교통상부와 문화관광부가 자리다툼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정부는 작은 일이겠지만 이런 것들을 혁신해 주었으면 좋겠다.
문화원은 당해국에 한국을 알리는 창이다. 따라서 건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건물을 한국적으로 짓고 정원을 한국식으로 꾸미면 좋겠다. 한국적 처마선, 기둥선을 해외에서 본 다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일 것이다. 장기 체류자뿐아니라 단기 여행자도 그럴 것이다. 외국의 대사관, 문화원들은 자국의 건축 양식을 자연스럽게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태국의 경우가 특이한 것 같다. 태국적 건축양식을 전 세계에 전파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스런 관광유도책이 되고 있는 것이다.
다음에 파리에 가면 멋진 코리아 센터를 보게 되길 바란다. 어깨가 으슥해 지리라 생각된다.
김정동 (한국건축역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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