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골프 스캔들로 오락가락하던 이해찬 총리 거취가 사퇴 쪽으로 급격히 기우는 모양이다. 총리 본인의 명확한 의중은 알려지지 않으나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에서 사퇴 불가피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물론 내일 귀국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결심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총리는 노 대통령의 선택에 기댈 것도 없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옳다. 그 길이 대통령과 소속 당의 부담을 덜고, 본인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짜증이 나 있는 국민을 위해서도 떠나야 할 때다.
이 총리는 첫째 골프 모임 시기의 부적절성을 인정해야 한다. 아무리 3'1절 행사에 총리 공식 일정이 없고, 철도 파업 대책은 세워 놓았다 하더라도 국민은 그렇게 이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미 지난해 산불과 물난리 중 골프로 두 차례 물의를 빚은 점을 생각하면 충분히 분별할 사안이었다. 그 다음 접대 골프 논란이다. 공짜 골프, 내기 골프, 변칙 라운딩 등은 공무원 청렴 의무 위반 소지가 높다. 거기에다 일반 국민은 200만 골프 인구 시대에도 여전히 공직자의 골프를 곱지 않게 보고 있다.
세 번째로, 골프 동반자들이 불법 정치자금, 공정거래법 위반, 주가 조작 혐의 등으로 앞뒤가 산뜻하지 못한 업자들이란 점이다. 한 나라의 총리가 이런 부류와 어울리는 것도 볼썽사납지만 모임 자체부터 로비 또는 정경 유착 냄새가 풍겨날 수밖에 없다. 넷째, 총리가 총애하고 함께 골프를 친 이기우 교육부 차관이 거짓 해명을 하고 다른 관련자들도 거짓말을 하는 동안 침묵한 잘못이 크다. 총리는 그들의 거짓말에 동조하거나 방조한 격이다. 본래 대수롭잖은 일도 예기치 못한 물의에 휩쓸리면 엉뚱하게 비쳐지는 점이 많다. 그 점에서 총리는 억울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만사휴의(萬事休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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