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가구가 모여 사는 마을 골목 굽이굽이마다 양쪽으로 기와지붕을 인 돌담길이 이어진다. 누런 흙과 모양도 제각각인 돌들이 빚어낸 돌담 너머로 널찍한 마당을 가진 기와집들이 보인다. 대도시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고즈넉한 풍경. 하지만 이 마을 역시 행정구역상 대구다.
팔공산 자락에 자리 잡은 동구 둔산동 옻골마을. 경주 최 씨 광정공파 후손들이 모여 사는 집성촌이기도 한 이곳은 최근 경사를 맞았다. 이 마을 돌담길이 18일 문화재청에 의해 문화재로 등록예고된 것.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고건축 전문가들로부터 추천받은 돌담길 48곳 중 이 마을 돌담길을 비롯해 10곳이 문화재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2~3㎞에 이르는 돌담길이 어린 시절 향수를 자극하는 옻골마을. 대구시티투어 코스에 포함돼 있어 관심이 있는 이들은 쉽게 찾을 수 있다. 돌담길을 따라 마을 북쪽으로 가다보면 400여 년 전부터 터를 잡은 종가가 나온다. 안채와 사랑채, 재실, 가묘, 별묘 등이 조화를 이룬 이 곳은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집이다.
종가를 지키는 이는 대암 최동집 선생의 14대 종손인 최진돈(60) 씨. 돌담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마을 사람들 노력 덕분이란다.
"시멘트나 벽돌로 만든 돌담보다 전통 돌담이 한결 운치가 있지요. 하지만 사람이 살지 않으면 금세 허물어지는 것이 돌담입니다. 꾸준히 돌담을 챙겨온 덕에 이 정도 유지할 수 있었어요."
100여 가구에 이르던 마을은 어느새 20여 가구로 훌쩍 줄었지만 마을을 따라 도는 돌담길은 400여 년이 지나도록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주민들은 문화재로 등록되면 정부 예산이 지원되므로 마을 돌담을 관리하기도 좀 더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인규 문화재청 근대문화유산조사·등록담당은 "돌담길도 옛 정취가 담긴 소중한 문화유산이지만 급속히 사라지고 있어 보존책을 마련하게 된 것"이라며 "내년부터 재정을 확보해 담장 뿐 아니라 길과 집 보수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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