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운 요칠지에 그려진 뾰족뾰족한 원경의 산, 그 위에는 하얀 달(혹은 해)이 떠있고 계곡을 타고 물이 흐른다. 그 속엔 낙락장송도 있으며 시간을 잡으려는듯 수탉 한 마리가 울 채비를 하고 있다. 물 속을 떠도는 거북이….
26일부터 5월 2일까지 DGB문화센터 내 경북대미술관 제1전시실에서 열리는 '이향전'의 작품은 색다른 동양의 사상을 전하는 작품들로 가득하다. 문인화풍은 유교의 뜻을 전하고 있고 불상은 다시 부처님의 뜻을 이야기하는 것만 같다. 다시 민화 속에 등장하는 십장생은 알듯 모를듯한 도교의 세계를 펼쳐보이고 있다.
이 씨의 붓끝은 이 모두를 하나의 틀 안에서, 혹은 별개의 작품마다 이끌어내며 '유불선(儒佛禪)의 회통을 향한 겁없는 도전'을 하고 있다. 먹으로 까맣게 칠한 바탕의 요철지 위를 수간채색·분채·석채·아크릴 물감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유화를 그리듯 색을 올려놓았다. 문인화·민화·불화는 월전(月田) 장우성 선생 문하에서 잠시간 배우고 나서 오로지 독학으로 취득한 이 씨의 솜씨로 '현대화'됐다.
먹색이 묻어나는 와불은 민불처럼 소탈하고 목어는 허공을 날아다닌다. 소나무는 청색과 주홍색이 대비를 이루기도 하며 하얀 눈발을 맞은듯 하얀색을 머금고 있기도 한다.
개인적인 아픔을 겪고 26년 만에 갖는 개인전인만큼 화면에서 그 고통의 흔적도 묻어나온다. 그러나 그 고통은 '한풀이'가 아닌 '승화'의 과정을 거쳐 소재와 기법에서 전통 민화를 빗겨가면서도 깊은 회화적 성취로 태어났다.
박생광의 깊은 민족적 원형의 세계를 동경하고 천경자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 씨의 경향으로 오방색과 단청, 불화의 세계처럼 화사하게 피어난 작품 5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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