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 3대 입법의 국회통과 여부를 놓고 지역민들의 관심이 집중됐던 지난 2003년 12월. 지방분권을 염원하는 1만여 명이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 모여 입법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은 전국 일간지는 물론 공중파 방송에서도 한 줄도 보도되지 않았다. 다음 날 이들 매체들은 서울시의원들이 수도이전 반대집회를 연 것은 상당히 비중있게 보도했다. 뿐만 아니라 지방분권, 국가균형발전에 관한 내용은 서울에서 발간되거나 전파를 타는 매체들에겐 관심사항 밖이었고 오히려 제대로 추진되지 않기를 바라는 분위기였다.
당시 지방분권 국민운동 상임대표를 맡았던 경북대 김형기 교수는"지역민들의 염원을 외면하는 전국지를 볼 필요가 없다는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지금 그 때와 똑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 지역민들의 사법편의를 위해 사법개혁추진위원회가 2년여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 만든 고등법원 상고부 설치안이 일부 국회의원들의 반지방분권적 사고로 무산국면에 처하자 지역법관들은 물론 변협, 시민단체, 경제계까지 나서 반발하고 있다.
특정 기관이나 단체의 밥그릇 싸움이나 지역이기주의가 아닌 사법분권과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지역언론들은 연일 이 문제를 집중 거론하며 국회와 대법원의 인식전환을 촉구해 왔다.
다행히 대법원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 당초 원안대로 지방고법 상고부 설치안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국회는 여전히 이 문제의 중요성을 심각하게 고민 않는 모습이고 전국지나 공중파 방송들 역시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촌놈들의 아우성을 왜 우리가 나서느냐'는 듯한 태도에 다름 아니다.
고법 상고부 설치무산은 단순히'한 기관의 미설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서울 종속을 심화시키는 절대적 사안이라고 볼 수 있다. 수도권 강화로 지역 경제는 갈수록 피폐해지고 그 피해는 지역민들 몫이 되고 있다.
이 모순을 조금이라도 허물기 위해서는 지방분권과 국가균형 발전이 절대적이다. 많은 공공기관이 지역으로 이전되고 기업·공장들이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유치·건설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태와 관련, 반지방분권적 사고를 지닌 국회의원과 지역소식을 무시하는 전국지 보다는 이들에게 표를 몰아주고, 전국지를 '중앙지'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구독하는 일부 독자들 때문에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은 더 요원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최정암기자 jeong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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