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조적
송진환
내일이 오기 전에 우리
이 도시를 떠나야 한다
스물스물 기어 나오는 활자들의 아가리 속으로
빨려들기 전에 서둘러 떠나야 한다
이 도시는 언제나
우릴 위한다는 허울을 쓰고
안으로 시퍼런 비수를 감춰 늘
새로운 음모에 열중이다
크게 웃고, 몸짓 요란할 땐 더욱
주의할 일이다
속낼 알 수 없는 싸움 속에
구경꾼이 되어 우린 멀뚱이
그렇게 살아왔지만 이제 더는 찢길 수 없다
마지막 퍼렇게 멍든 이 살점이라도
서럽게 서럽게 지키기 위하여
내일이 오기 전에 우리
서둘러 이 도시를 떠나야 한다
도시적 삶은 경제 논리에 기반을 둔다. 경제 논리는 경쟁을 부추긴다. 그래서 '우릴 위한다는 허울을 쓰고' 있지만 '안으로 시퍼런 비수를 감추'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삶에서 상처를 입는 사람은 경쟁 현장의 당사자가 아니라 엉뚱하게도 '구경꾼이 되어' 살아온 계층이다. 그들을 흔히 경쟁에서 밀려난 사람이라 말한다. 그러나 다른 시각에서 보면 인간적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꿈은 '이 도시를 떠나'는 것이지만 끝내 떠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인간다움을 꿈꾸는 이는 '자조적'인 도시인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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