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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향 경제인과 차 한잔] 김헌백 새마을금고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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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부 중심 특성사업 적극 강구"

대구의 시세(市勢)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지만 대구 사람들은 다르다. 각 분야에서 실력자를 찾다보면 대구 사람을 찾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 김헌백(金憲柏·67) 새마을금고연합회장도 그런 사람 중 하나다. 지난 1979년 대구 동구에서 동신새마을금고를 설립해 운영해온 김 회장은 27년 만에 '금고맨' 최고의 자리인 연합회장에 올랐다. 지난 2월 28일 열린 총회에서 대의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4년 임기의 새 회장에 당선된 것이다. 대구 한쪽에서 새마을금고를 시작해 대구시지부장, 연합회장까지 단계를 밟아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회장 취임 후 "바쁘다 바빠"=지난 3월 15일 취임식을 가진 후 김 회장의 일상은 눈코 뜰 새가 없다. 연합회의 산적한 현안 때문에 딴 곳에 눈돌릴 틈이 없다. 인터뷰 당일에도 내내 업무보고, 국회 재경위원과 점심을 한 후에도 업무보고 등으로 잠시 짬을 낼 여유가 없었다.

자투리 시간을 내 만난 김 회장은 취임 소감을 묻는 질문에도 '일'에 대한 의욕이 넘쳐났다. 그는 "21세기 금융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새마을금고도 이제 더 이상 과거에 안주하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다. 지금보다 더 사랑받는 서민의 금융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향토 금고맨서 연합회 수장 올라

연합회 군살빼기는 김 회장 취임 후 첫 과업이었다. 새마을금고의 경쟁력 제고와 질적 성장을 위해 아픔은 있지만 구조조정은 필수였다. 불필요한 인력을 제거했고 조직을 단촐하게 꾸렸다. 이 과정에서 반발이 있을 법도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김 회장의 친화력과 합리적 성품이 단단히 한몫을 한 것 같다. 그는 "새마을금고와 연합회가 우선 조직혁신을 해야 성장이 가능하다.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경영여건을 만드는데 주안점을 뒀다."고 말했다.

◆새마을금고 "이렇게 바꿀 것"=그가 현재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새마을금고의 자기앞수표 발행 문제다. 정부 측에서 새마을금고를 포함해 서민금융기관에도 수표 발행 허용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새마을금고가 수표발행기관이 되면 회원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연간 800억~850억 원의 수익도 기대된다."며 "올해 안으로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마을금고의 최대 장점이랄 수 있는 비과세혜택을 연장하는 문제도 시급하다. 새마을금고는 모든 예금과 적금 상품에서 1인당 2천만 원, 출자금 1천만 원에 대해 비과세혜택을 부여하고 있어 재테크에서는 탁월한 면이 있다. 그런데 이 같은 비과세혜택이 올해로 끝나기 때문에 이를 5년간 연장하는 문제가 추진되고 있다. 이날 김 회장이 국회로 달려가 박종근 재경위원장과 여야 재경위원들을 만나 점심을 한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아픔' 컸지만 '군살빼기' 성공

부실금고 정리도 문제다. 현재 50여 개에 이르는 부실금고를 정리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지난 외환위기때 다른 금융기관이 다 공적자금에 의존할 때도 새마을금고는 지원을 받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별다른 도리가 없을 것 같다. 이 문제 때문에 정부 측과 긴밀하게 접촉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이런 현안 사업 외에도 김 회장 생각은 늘 '밑'으로 향해 있다. 영세금고, 개별금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그는 취임사에서도 "지역과 직장 등 금고 유형 간, 회원 계층 간, 영세금고와 대형금고 간 균형발전을 위해 개별금고 목소리에 깊은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정치권 경험이 큰 도움=김 회장의 대외 활동 원동력 중의 하나는 자신의 국회와 정치권 경험인 것 같다. 김 회장은 박준규 전 국회의장의 최측근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김 회장 취임식 때는 박 전 의장이 이수성 전 총리와 함께 직접 행사장에 참석했을 정도다.

김 회장은 지난 88년부터 박 전 의장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박 전 의장이 정치규제에서 풀려 13대 총선 대구 동구에서 출마하면서 인연이 됐다. 박 전 의장 지역구 사무실의 사무국장을 맡아 당선에 크게 일조한 것이다. 당시 새마을금고 이사장을 하고 있었으니 지역 사정에 누구보다 밝았고 박 전 의장으로서도 김 회장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이후 김 회장은 박 전 의장이 13대 후반기 국회의장을 지낼 때 국회의장 정무비서관으로 국회에서 근무했다. 당시에도 새마을금고 이사장을 하고 있으면서 국회에서 생활했다. 김 회장에게는 그때가 서울 정치권을 본격적으로 맛본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당시 국회의원들이나 언론인들과 맺은 인연은 지금도 원군이 되고 있다. 김 회장은 "연합회 일 때문에 국회나 행정부를 방문하더라도 전혀 낯설지가 않아 편하다. 정치권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지방 마인드' 그대로

◆대구에 뭔가 도움이 되고 싶다=김 회장은 향토에서 출발해 중앙회장이 된 이력 때문인지 아직도 '지방마인드' 그대로다. 어찌하면 고향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를 늘 생각한다. 그렇지만 회장 취임을 한 지도 아직 한 달여밖에 지나지 않았고 우선 처리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그는 그러나 금고연합회가 중앙 중심으로 모든 사업이 진행되는데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가 대구시지부장을 맡아 활동하면서 경험한 바로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조만간 지부가 중심이 돼 사업을 벌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려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 같다.

회장 취임 후 첫 순방지역으로 대구와 경북을 정한 것도 이 같은 김 회장의 '고향사랑'이 한몫했다. 향토 금고맨에서 연합회 최고 수장으로 선출돼 '금의환향'하는 셈이기는 하지만 고향을 위한 사업구상도 해 볼 생각이다. 그는 "연합회는 그동안 너무 중앙 중심으로 사업을 해왔다. 올해 내로 지부 중심의 특성사업을 구상해 내년부터 예산에 반영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상곤기자 lees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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