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린 문자로 말해" 엄지족들의 수다

오전 7시30분. 서경인(17·여·경북여자정보고 2년)양은 눈을 뜨자마자 자연스레 머리맡에 놓인 휴대폰으로 손이 간다. 혹 밤새 왔을지도 모르는 문자메시지를 확인하는 일이 하루의 시작이다. 버스를 타는 동안에도 토닥토닥 열심히 휴대폰을 두드린다. 답장은 순식간에 온다. 빙그레 미소를 내보이는 서양은 그렇게 20~30분을 훌쩍 보내기 일쑤다.

도대체 무슨 내용일까. "밥 먹었나?^^잠 와~~"→"밥 안 먹었어..배고파 밥줘ㅎㅎㅎ"→"정말? 왜 안 먹었어 먹지~오늘도더워?"→"얇게입고나왔더니 춥더라~"→"오늘뭐할꺼얌?"→오늘..?저녁에약속있어~"→"치-.-나랑놀아죠"…. 정말 단순하고 시시콜콜하다. 서양의 휴대폰에 저장된 문자메시지는 대부분 10자 내외. 서양은 "별 내용이 없어 며칠이 지난 뒤 문자 온 걸 확인하다보면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 못할 때도 많다."고 헛웃음을 친다.

서양은 하루에 평균적으로 100여 통의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대상은 대부분 친구들. 항상 휴대폰을 옆에 두고선 별 의미 없이 휴대폰을 두드리곤 한단다. 서양은 "친구와 떨어져 있어도 수다를 계속 떨 수 있으니까 문자를 애용한다."고 전했다. 심지어 친구끼리 옆에 있어도 문자로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한다. 반면 서양의 통화건수는 기껏해야 한 달에 10통 정도. 서양에게는 휴대폰이 통화보다는 문자를 주고받는 기기인 셈이다.

황미영(17·여·경북여자정보고 2년)양은 "통화로 수다를 떨면 요금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문자로 주고 받곤 한다."고 말했다. 황양은 "무의식적으로 문자를 보내고 난 뒤 '왜 보냈을까' 생각이 들 때도 더러 있다."고 토로했다.

신세대들 사이에 수다를 입으로만 떠는 시대는 갔다. 휴대폰이나 메신저의 등장으로 손가락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수다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문자메시지 사용빈도는 연령층이 낮을수록, 여성층일수록 더욱 두드러진다. 정유진(23·여·계명대 3년)씨는 "나도 문자메시지를 많이 이용하는 편이지만 내 여동생이 문자 보내는 걸 보면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말했다. 정씨는 "여동생이 문자 보내는 데 얼마나 익숙했던지 40자를 누르는데 5초를 넘기지 않았다."라고 놀라워했다.

이런 현상은 이동통신사의 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10, 20대 젊은 층 고객이 많은 KTF의 경우, 지난해 2월 문자메시지 발신량(약 34억4천만 건)이 음성통화 발신량(약 34억 건)을 추월한 이래 그 격차가 꾸준히 벌어져 올 1월에는 문자메시지 발신량이 약 51억3천만 건, 음성통화 발신량이 약 36억9천만 건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도 문자메시지 매출이 지난해 2월 약 625억 원에서 올 3월에는 약 989억 원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백승대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문자메시지는 상대방의 정서적인 측면을 고려할 필요 없이 자신의 의사를 간단명료하게 전달할 수 있는데다 즉각적이고 시각 문화에 익숙한 신세대들의 기호에 맞아떨어지는 놀이문화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점점 그 사용이 늘고 있다."고 해석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사진·정재호편집위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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