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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 기자의 니 하오! 중국] (24)따산즈 798예술구

중국 당대 예술의 흐름을 알고 싶다면 베이징의 '따산즈(大山子) 798예술구'로 가라.

베이징 토박이인 택시기사들도 이곳을 제대로 찾지 못한다. 예술구를 알리는 입간판이나 입구조차 없기때문이다. 그러나 따산즈는 어느 새 중국 현대예술을 표현하는 대표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주말이면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몰려들어 전시회와 음악회를 즐기고 전시공간은 일반인과 자유롭게 교류하는 클럽으로 변한다.

베이징 외곽, 한국인들 집단주거지인 왕징(望京)에서 3km정도 떨어진 따산즈는 원래 1950년대 조성된 군수공장지대였다. 10여 년 전부터 일부 공장이 문을 닫고 그 자리에 임대료가 싸고 교통이 편리하다는 이유로 하나둘 씩 갤러리와 예술가들 작업실이 모여들면서 예술구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따산즈의 부흥은 중국 경제발전과도 뗄 수 없다. 문화대혁명으로 사회주의 건설이라는 미명 아래 문화 파괴를 경험했던 중국인들에게 문화는 일반인들이 가까이할 수 없는 금기로 존재했다. 그러나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단절 파괴했던 문화를 복원했다. 그런 점에서 '따산즈'는 중국 문화와 서양 문화가 만나는 경계점에 서 있다.

따산즈에 들어서 있는 문화공간의 절반 이상은 유럽 각국과 한국 일본 등 외국의 예술가들이 차지하고 있다. 그들은 여전히 기계소리가 들리고 '위대한 마오쩌뚱 만세'라는 선전구호가 어울려 있는 열린공간이 주는 불협화음에 열광한다. 공장과 작업실. 군수제품을 생산하는 것과 문화상품을 만들어내는 것. 똑같은 생산활동인 셈이다. 따산즈 798예술구는 그래서 살아있는 당대 예술의 현장이라는 느낌을 주고 있다. 베이징 시당국은 이제 이곳을 일종의 문화특구격인 '문화창의산업단지'로 지정, 대대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았던 따산즈국제예술제(4월 29~5월 21일)도 폐막된 뒤끝인 29일 한 중국인 작가의 스튜디오를 찾았다. 빡빡깍은 머리에 한 쪽 귀에만 이어링을 한 모습이 우선 두드러진 추이시엔지(崔憲基·45) 씨.

한자를 추상화한 선으로 음영을 만들어 낸 그의 작품은 재료를 가리지 않는다. 종이나 캔버스나 천은 물론 설치미술로까지 영역을 확대한다. 추상작가이자 설치미술가인 그는 문자 이미지를 추상화해 시대를 꿰뚫는 자신만의 표현양식을 만들어냈다. 그가 차용한 한자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지는 않다.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6x6=99' 그에게 6x6은 36이 아닐 수도 있다.

그는 "정통 서예가나 글씨를 제대로 배운 사람이라면 이렇게 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흘려쓴 초서체를 연상케하는 그의 작품들은 특히나 유럽과 서구로부터 격찬을 받고 있다. 조선족이라는 점 때문에 그에게 관심이 갔지만 그는 작고한 "백남준을 뛰어넘는 세계적인 예술가가 된다면 한국사람들이 더 주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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