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전 당사국이었던 미국과 베트남의 관계가 세계 안보환경 변화에 따라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의 이번 베트남 방문을 계기로 군사안보적인 관계개선은 물론이고 경제통상 관계도 눈에 띄게 진전되고 있다.
베트남전 종전 후 20년 만인 지난 1995년 수교했고, 통상교류가 2000년 7월 이후에야 본격화된 점을 감안하면 엄청한 환경변화다.
특히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지난 4일 사흘간 일정으로 베트남을 방문한 것은 날로 발전하는 양국 관계에 날개를 다는 격이 됐다. 신(新)밀월 시대를 맞고 있는 셈이다.
렘즈펠드는 하노이 방문에서 "내가 원하는 것은 미국과 베트남이 서로에게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관계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럼즈펠드는 1960년 두 차례 베트남을 방문한 적이 있으나 종전 이후에는 30여 년 만에 처음 베트남을 방문한 것이다. 미국이 이처럼 베트남과 군사교류를 강화하는 것은 아시아에서의 중국의 급속한 영향력 확대를 차단하려는 포석이라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럼즈펠드는 하노이에서 팜반트라 베트남 국방장관과 회담하고 군사 협력을 강화키로 합의했다. 1975년 베트남전 종전 이후 31년 만이다.
양국이 95년 수교 이후 함대 방문 등 부분적 군사 교류는 있었지만 전면적 군사협력에 합의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베트남군의 젊은 장교 수백 명이 이르면 올해 중 미국방부의 국제 군사 교육·훈련 프로그램에 참가,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의 미군 훈련장에서 영어교육과 함께 각종 군사 훈련을 받게 된다. 베트남은 또 전쟁 당시 실종된 미군 1천805명의 유해를 찾기 위한 모든 자료를 미국에 제공하고, 필요할 경우 미 관계자의 현장 접근을 적극 돕기로 하는 등 최대한 성의를 표시했다. 아울러 양국은 매년 5만여 척의 선박이 항해하는 말라카 해협의 테러 위협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필요하면 양국이 공동으로 대테러 작전을 수행키로 했다.
미군이 깜라인만 등 베트남 군사시설을 이용하는 문제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지만 올 여름 미 해군 함정이 베트남의 한 항구를 방문, 양국 군사협력을 위한 다양한 교류를 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조치가 미국과 베트남이 앞으로 본격적인 합동 군사훈련을 하기 위한 예비조치라고 해석했고,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지는 "양국은 중국의 군사력 팽창에 따른 남하를 저지한다는 공동목표 달성을 위해 과거의 원한을 버리고 전면적 군사협력을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 31일 호찌민시 독립궁에서 미국이 베트남에 항구적 정상무역관계(PNTR)를 부여하는 내용의 쌍무협상 합의서에 서명, 경제분야에서도 새로운 협력시대를 맞고 있다.
이로써 베트남은 1994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신청 이래 12년 만에 회원국 간 양자협상을 사실상 마무리지었다. 스위스와의 협상이 내달 중순 타결되면 WTO 본회의 협상만 남게 되는 것이다.
11월 하노이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정상회의까지 WTO 가입을 성사시키겠다는 게 베트남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카란 바티아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미 의회에 PNTR 승인을 요청했으며, 신속한 인준을 기대한다."고 말해 인준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베트남이 올 연말 WTO 가입이 확실시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양국간 밀월관계의 절정은 오는 11월 하노이 APEC 정상회의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의 다수 기업들은 대베트남 투자에 잔뜩 눈독을 들이고있다.
베트남은 무엇보다 지난 2000년 클린턴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가 될 조지 부시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에 잔뜩 기대를 걸고 있다고 외신들은 잇따라 보도했다. "양국 관계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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