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가 세계적 스타들을 동원하고 엄청난 물량을 투입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대공세를 맞아 제대로 기를 못 펴고 있지만 나름대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사생결단' '가족의 탄생' '호로비츠를 위하여' '짝패' 등 최근 개봉한 한국 영화가 비록 기대만큼의 흥행성적을 거두지는 못했으나 평단과 관객의 호응 속에 한국 영화 다양성의 지평을 넓히고, 배우들이 기대 이상의 연기력을 보였다는 평을 듣고 있다.
특히 몇몇 배우들의 경우 자신의 고정된 이미지를 탈피할 만큼 캐릭터에 빠져드는 연기를 선보이거나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연기력을 펼쳐 배우 진용을 더욱 든든하게 만들고 있다.
황정민·류승범 주연의 '사생결단'은 추자현이라는 수확을 거뒀다. 자신의 대표작인 '카이스트'의 선머슴 같은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던 추자현은 리얼리티가 살아 있는 마약중독자 연기와 세상의 쓰라림을 감내하는 내면 연기로 박수를 받았다.
"평소 만나보고 싶었던 분들을 만난다는 마음으로 오디션에 임했다"던 추자현은 "황정민과 류승범, 두 배우를 보면서 연기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영화를 통해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가족의 탄생'에 합류했던 공효진은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연기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자신도 이 영화를 통해 배우로서의 지향점까지 찾은 듯했다.
그는 "감독님이 저도 몰랐던 제 모습을 찾아내 주셨다. 큰 규모가 아니더라도 뭔가 의미 있는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독립영화처럼 작은 규모의 영화라 할지라도 여성의 삶이 녹아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다는 뜻.
같은 영화에 출연한 엄태웅도 자신의 이름을 알려준 드라마에서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관객과 만났다. 능글맞고, 유들유들하면서도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를 엄태웅식으로 표현해낸 것.
"캐릭터를 내 안에 녹여내기가 힘들었지만 결과적으로 엄태웅다운 형철이가 만들어진 것 같다"며 쑥스러워한 엄태웅은 "여전히 배우는 단계이니까 여러 역할을 하면서 더 많이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류승완·정두홍 주연의 '짝패'에서는 각각 감독과 무술감독인 두 주연 배우와 함께 이범수의 빼어난 연기력이 화제가 됐다. 물론 그는 이미 주연급 배우. 그러나 코믹한 배역이나 약자의 모습을 주로 보여왔던 이범수가 콤플렉스가 강한 악랄한 악역을 맡으면서 영화는 드라마의 중심을 흔들리지 않고 가져갈 수 있었다.
류승완 감독은 "개인적으로 이범수 씨가 '태양은 없다'에서 보여준 악역 연기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이범수 씨가 필호를 연기하게 돼 별도의 설명 없이도 캐릭터를 관객에게 심어줄 수 있었다"며 이범수의 뛰어난 표현력을 칭찬했다.
15일 개봉하는 '비열한 거리'에서는 '진구의 재발견'이 눈에 띈다. 드라마 '올인'에서 이병헌의 아역을 맡은 후 '리틀 이병헌'이라는 별명의 한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던 진구가 자신의 힘으로 배역을 키웠다.
극중 조인성의 오른팔 종수 역을 맡은 진구는 순박한 얼굴과 살인도 서슴지 않는 잔인함, 양면성이 공존하는 연기를 보였다. 조인성을 든든히 받쳐주면서도 결코 조력자에 그치지 않고 중요한 부분을 담당한 것.
'비열한 거리'의 최선중 프로듀서는 "조인성이 물론 가장 눈에 띄지만 진구와 남궁민을 영화배우로 건져낸 것도 이 영화의 큰 수확"이라고 표현했다.
이처럼 아직 젊은 배우들의 '재발견'을 자주 접하게 되는 건 영화 관계자나 관객 모두에게 기분 좋은 일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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