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의 붉은 악마들 "출격준비 끝!"

9일 오후 월드컵 개막과 첫 경기시작(10일 오전 1시)으로 대구의 붉은악마들도 모두 세상밖으로 나오고 있다.

2002년의 영광을 재연하기 위해 '12번째 태극전사'인 붉은악마들도 출격준비를 끝내고 몸풀기에 들어간 것. 독일월드컵 거리응원을 주도할 이들 붉은 악마들은 너나 할 것없이 자연스럽게 모였다. 축구만 생각하는 '백수(?)'에서 부터 바쁜 직장 생활과 생업에 자투리 시간을 내는 시민들 및 가정에 매달려 심신이 고달픈 주부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기만 하다. 그들의 공통점은 바쁜 일상을 보내면서도 축구응원에 혼을 싣고 하나같이 활기차다는 점.

최현기(24·영남대 전자공학과) 씨는 잠자리에 들기 전 자명종을 세 개씩이나 맞춘다. 오전5시에 일어나려면 알람시계 하나론 어림도 없기 때문. 붉은악마 대구지부 현장 팀장인 그는 붉은악마 활동을 하려면 새벽부터 도서관에 나가 '학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밤에 붉은악마 응원연습이 가능하기 때문. "1분이라도 시험 공부를 더 해야, 응원하는 시간이 늘잖아요."

다가오는 스위스전은 시험일정과 겹친다. 하지만 그는 당일 오전 3시까지 공부하고 경기가 있는 오전 4시엔 응원현장으로 달려갈 예정. 친구들이 미쳤다고 하면 그는 "자기 자신을 사랑할 뿐"이라고 받아넘긴다.

역시 붉은악마인 영남대 경찰법무학과 3년생 유승엽(24) 씨. 그는 "친구들은 내가 붉은악마인지 모른다."고 전했다. 비밀리에 붉은악마 활동을 한다는 것. 항상 도서관에서 지내는 그가 붉은악마인 줄 친구들이 알면 깜짝놀랄것이라고 유 씨는 웃었다.

4년동안 손꼽아 기다린 월드컵이 다가왔건만 유 씨는 사실 올 6월이 너무나 힘들다. 학기말 시험 때문. 게다가 붉은악마 대구지부 부회장직을 맡으면서 붉은악마 활동도 할 일이 배 늘었다.

"낮에는 시험 공부를 하고, 밤에는 늦게까지 응원 연습을 해요. 그래서 항상 잠이 부족합니다." 그는 지난 2001년 컨퍼더레이션 컵을 준비하는 붉은악마의 모습에 매료돼 붉은 티셔츠를 입기 시작했다. 한국전 관람을 위해 전국 안가본 곳이 없을 정도다.

"부모님 반대가 심했어요. 그런데 부모님이 졌습니다. 왜냐하면 제 생활에 열심이기 때문이죠." 그는 좋아하는 것에 정열을 바치는 것이 젊은이라며 사회에 진출해서도 붉은악마로 계속 활동할 뜻을 내비쳤다.

회사원 김상도(33) 씨는 붉은악마를 통해 결혼까지 골인한 경우. 2002년부터 붉은악마로 활동하면서 만난 대구FC 서포터 김은정(32) 씨와 지난해 5월 결혼했다.

아내 김 씨는 남편보다 더 열혈 축구팬. 만삭의 몸을 이끌고 축구장을 방문, 대구FC 선수들이 골을 넣자 너무 흥분한 나머지 무리하게 응원을 해 몸에 이상이 올 뻔 한 적도 있다. 부부는 두달 전 태어난 아들을 '오 필승 코리아 아기'라고도 부른다. 이들 부부는 "아기도 머잖아 꼬마 붉은악마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한편 붉은악마는 대구지역에만 2천여 명의 회원을 갖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2만 명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회원가입은 인터넷에 이름만 올리면 끝난다. 회비도 없다. 20·30대가 주축이지만 40·50대도 있다.

이들은 철칙을 갖고 있다. 청소년은 회원가입을 할 수 있지만 응원현장에 리더로는 절대 못 나온다.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

붉은악마는 한국팀의 첫 경기가 열리는 오는 13일 오후 2시부터 응원시동을 건다. 이 날 국채보상운동기념 공원에 집결할 예정. 이후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지하철 응원을 펼치면서 거리응원 장소(범어네거리 및 두류공원 야외음악당)로 이동한다. 지하철 2호선 개통으로 본격적 지하철 시대를 연 대구에 '지하철 응원'이라는 새로운 풍경도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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