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는 온통 낙서로 가득하다. 지하철에서는 쾨쾨한 냄새가 진동하고 사람들은 이쪽 저쪽으로 마구 무단횡단한다. 우아한 패션과 세련된 예술을 기대했던 파리는 전혀 낯설다. 월드컵 분위기도 느껴지지 않는다. 단지 신문과 TV, 월드컵 상품점만이 지금이 축제임을 알릴 뿐.
파리 시청을 찾았다. 시청 앞 광장에서는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이탈리아전의 거리응원이 펼쳐졌다고 한다. "그 열정적인 경기는 잊을 수 없다."고 말하는 관광가이드의 표정에는 그 때 그 역전승의 짜릿함이 스쳤다.
여행 중에 만난 외국인들은 '코리아'하면 월드컵을 알고, 그 이듬해 있었던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들 입에서 나오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라는 우리의 언어는 얼마나 큰 감동을 주던지. 그들이 나를 보고 "저패니즈?" "차이니즈?"가 아닌 "코리언?"이라고 물었을 때의 자부심. 대한민국은 스포츠를 통해 성장하고 있다.
온통 불어로 돼 있는 표지판 때문에 숙소의 정반대에 있었던 나는 지나가는 어떤 젊은 부부에게 다짜고짜 길을 물었다.
"한국에서 왔어요." "와우!" 부부는 나를 자신들의 차로 목적지까지 가주겠다고 했다. 축구를 좋아하는지 물었다. "2002년 한국을 기억한다. 한국은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다."는 아저씨의 대답. 아트사커 프랑스도 한국이 예사롭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누구든 패배자보다 승리자를 더 기억한다. 하지만 패배하더라도 열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과정과 모습에 감동한다는 것. 프랑스전에서 보여주자.
파리(프랑스)에서 김혜옥(베낭여행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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