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습고민 해결사] 초교생 학원 보내야 하나

문 : 초등학교 6학년과 4학년 아이를 둔 엄마입니다. 평범한 주부라서 남이 하는 대로 따라하는 편입니다. 떠도는 정보에 귀 기울이면서 내 아이들을 늘 남과 비교하며 열심히 학원에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헉헉거리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과연 이게 옳은지에 대해 회의가 들고 지금 방식이 정말 미래를 위한 바람직한 준비인지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충고의 말씀 부탁합니다.

답 : 오늘 우리가 이 정도의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교육에 대한 인식, 다시 말해 교육을 출세의 방편으로 생각하는 다소 비정상적인 교육 열기에 힘입은 바가 컸습니다. 개화기에 서구식 교육 제도가 들어오기 시작한 시점부터 교육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확실한 계층상승의 수단으로 간주되었습니다.

절대빈곤에서 벗어난 지금은 어떻습니까. 날이 갈수록 도를 더해 가는 광기에 가까운 비정상적인 교육 열기 그 밑바탕에는 남보다 상대적 우위에 서겠다는 다소 불순한 동기가 여전히 튼튼한 하부구조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하면 된다'라는 군사정권 때부터 유행하던 구호가 아직도 교육 현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인문적 교양이나 자아실현 같은 주제는 늘 뒷자리에 있습니다. 이런 풍토 속에서 부모는 끊임없이 갈등하게 되고 학생의 삶의 질은 완전히 무시되기가 쉽습니다. 소수의 엘리트를 위해 다수가 게임메이커로 희생되고 있는 현 입시 위주의 교육은 많은 아이들을 헉헉거리게 할 뿐만 아니라 수많은 가정을 불행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교육의 본질과 목적을 정말로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배우고 가르치는 일의 효율성도 다시 검토해야 합니다.

다니엘 핑크는 그의 저서 '프리에이전트(free agent, 자유계약자)의 시대가 오고 있다'에서 미래의 직업 형태를 이렇게 요약하고 있습니다. '미래에는 일하는 방식이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만드는 것과 비슷해질 것이다. 특정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특정한 목적을 위해서 일정 기간 동안 특정한 장소에 모여서 일을 추진한다. 프로젝트가 완결되고 나면 구성원 개개인은 기여한 만큼 이익을 배당 받고 그 임시 조직은 해체된다. 각자는 다시 새로운 프로젝트를 찾아서 흩어지게 된다.' 최근에는 영화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이런 방식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뉴욕 챔버 심포니'나 '아메리칸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같은 세계 유수의 연주 단체들은 연주 곡목이 결정되면 그 때마다 그 상황에 맞는 프리에이전트 연주자를 모집하여 공연을 합니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그 조직은 해체됩니다.

지금은 임시직이 불안하고 사회적으로 낮은 신분을 뜻하는 경우가 많지만, 미래에는 능력 있는 사람일수록 어딘가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여 자유계약직이나 임시직을 선호하게 될 것입니다. 자유계약직이 개인과 기업 모두가 선호하는 고용 형태가 되리라는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톰 피터스는 '오늘날 노동에는 두 가지 변수가 작용한다. 하나는 재능이고, 다른 하나는 프로젝트다'라고 말합니다. 경쟁력 있는 독특한 재능이 생존 전략인 것입니다.

미래 지식기반 사회에서는 한 번 명문대를 졸업했다고 해서 과거처럼 기득권이 평생 보장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입니다. 끊임없이 자기 개발에 힘쓰며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지적 유연성과 탄력성을 가지지 않으면 출신성분에 관계없이 살아남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앞으로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잡고 난 뒤부터 진짜 학습이 시작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은퇴할 때까지 계속 공부하지 않으면 버틸 수가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중고등학교와 대학시절에는 전공과 기초에 충실하면서 많은 책을 읽고 사색하며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기반을 쌓는데 주력해야 합니다. '최고의 직업교육은 인문학이다'라는 말의 속뜻을 곰곰이 음미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 무엇보다도 읽고 생각하는 교육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윤일현(송원학원진학지도실장 ihn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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