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교 6년, 중·고교 6년. 우리 아이들은 신체가 가장 왕성하게 자라는 12년 동안 하루 1, 2끼를 '엄마 손'이 아닌 '남의 손'에 의지한다. 기성세대들의 학창시절과는 달리 학교급식을 통해 식사를 해결하는 탓이다.
학부모들은 언제나 걱정이다. '남의 손'이 미덥지 않은 때문. 결국 못믿을 '남의 손'이 요즘 잇따라 사고를 내고 있다. 학부모들의 속이 타들어간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이고, 해결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28일 오후 대구 북구 한 중학교. 점심식사를 마친 학생들의 입이 쑥 나와 있다. 3학년 김모(16) 양은 "학교 급식은 100점 만점에 20점도 안된다."며 "밥에서 벌레가 나오거나, 금속막대기를 음식에서 발견한 적도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박모(15) 양은 "설익은 밥이나 푸석푸석한 채소가 씹혀 뱉어버릴 때도 많다."며 "몇 번이나 선생님께 급식이 형편없다고 얘기했지만 고쳐지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이 학교는 급식회사에 위탁하고 있었다.
수도권 CJ푸드시스템 식중독 사고처럼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은 위탁급식을 하는 학교로 집중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5월 말 현재 418개 초·중·고교 및 특수학교 가운데 위탁급식 및 외부운반 급식을 하는 학교는 초등학교 5곳, 중학교 23곳, 고등학교 17곳 등 45개교로 위탁비율은 10.7%를 차지했다.
위탁비율은 초등학교가 2.5%로 매우 낮았지만 중학교는 23.7%, 고등학교 24.6%에 이르렀다.
고 2년 자녀를 둔 이영주(48·여) 씨는 "어떻게 만드는 지도 모르는 외부 위탁 음식을 아이들이 먹는다고 생각하면 불안하기 짝이 없다."며 "아이가 배가 아프다고 하면 겁부터 덜컥 난다."고 말했다.
늦게까지 공부하는 요즘 학생들은 저녁식사도 학교에서 해결하는데 저녁식사에 대한 불만은 더 많았다. 대부분 외부위탁 도시락인데 맛이나 신선도가 점심식사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것.
올 들어 대구에서 발생한 3건의 식중독 사고 역시 외부위탁을 통해 들어온 도시락이 주범이었다.
김모(18·대구 달서구 월성동) 양은 "저녁식사의 질이 점심의 반만 돼도 좋겠다."며 "너무 맛이 없어 도시락 대신 라면을 먹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대구시내 86개 고등학교 가운데 29개 고교에서 저녁식사를 외부 도시락으로 때우고 있다. 맛과 질이 떨어지다보니 달서구 한 학교의 경우, 점심 급식율은 99%에 달하지만 저녁은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교사는 "일부업체들은 식중독 등 문제가 생기면 폐업 신고를 낸 뒤 명의만 바꿔 계속 급식을 하니, 식품 안전도가 높아질 수 없다."고 귀띔했다.
또다른 학교 관계자는 "직영급식을 하면 수시로 선생님들이 식재료의 위생상태나 배식의 질을 점검할 수 있어 위생관리가 어렵지 않지만 외부업체는 이런 과정이 아예 차단돼 불안한 것이 사실"이라 했다.
학내에서 조리가 이뤄지더라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28일 낮 12시 대구 달서구 모 고교. 조리가 한창이던 이 곳은 식기세척과 조리가 조리장 한 곳에서 함께 이뤄지고 있었다. 자칫 설겆이하던 물이 식재료에 튀어 오염이 우려되는 상황. 식재료별로 구분해서 사용해야 하는 조리기구를 섞어 쓰다 이날 점검을 나온 대구시교육청 공무원으로부터 지적받기도 했다.
또다른 고교에서는 배기후드가 녹이 슬어 있고 조리실이 너무 좁았으며 에어컨도 설치되지 않아 조리원이 땀으로 흠뻑 젖은 채 조리를 하는 장면도 목격됐다.
한 조리원은 "급식시설이 오래돼 설겆이하는 싱크대에서 채소 등을 씻는 경우가 많다."며 "시설 현대화가 시급하지만 돈이 모자라고 공간이 좁아 어렵다."고 전했다.
한편 대구시교육청은 대구시내 전체 학교에 대한 급식 실태조사 첫 날인 28일, 일부 학교는 미흡하기도 했지만, 대다수 학교는 위생 관리실태가 대체로 양호했다고 자평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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