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성적조작 파문, 미봉책은 안 된다

대구 한 고교의 내신성적 조작파문이 첫 보도된 이후 기자는 학부모들로부터 정말 많은 이메일과 제보전화를 받았다.

사건이 불거진 해당 학교의 한 학부모는 신문사로 직접 전화를 걸어와 "교사 한 명의 잘못으로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부모 누구나 걱정했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며 개탄하는 이도 많았다. 다른 학부모는 "학교 수행평가 전반에 대한 감사로 확대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비위를 제보한 적도 있었다. 그 만큼 이번 사건의 파문이 컸음을 방증하는 내용들이었다.

그러나 A교사가 답안지를 임의로 옮겨 적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동정여론(?)도 슬슬 고개를 들었다. "업무의 신속성을 위해 의례껏 넘어갈 수 있는 일이다." "운이 없었다." 는 등의 내용들이었다. 주로 학교들에서 이런 얘기가 나왔다.

시 교육청이 이런 분위기속에서도 발빠른 초동 대처와 강도높은 감사를 진행한 점은 높이 사줄 만하다. 수시를 목전에 둔 마당에 자칫 대구교육 전반에 대한 불신을 야기할 수 있다는 부담도 컸을 것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교육청 감사당국은 해당 학교에 감사반원을 상주시켜 정밀한 확인작업을 벌였으며, 관련교사들을 연일 소환해 대질 심문했다. 지난 주말에는 밤 늦게까지 징계 심의 위원회를 열기도 했다.

교육청이 이번 파문을 계기로 대구지역 66개 일반계 고교에 대한 성적관리 실태 점검에 나서기로 한 것도 여전히 의혹에 차 있는 학부모·학생들에게 위안이 될 만 하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다. 우선 해당 교사·학교의 절차 상 잘못 말고는 명명백백(明明白白)하게 밝힌 것이 없다는 점이다. 애초에 사법권이 없는 교육청의 한계인 셈이다. 그래서 더욱 앞으로 한달 반 가량 시행되는 각 학교 별 성적관리 실태 점검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게 됐다. 초동대응 만큼이나 만족스런 결과를 기대해 본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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