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자원봉사요? 초등학교 4학년 때 언니 따라 두류공원 행사장에 가서 미아찾기 부스에 앉아 있는 거였어요. 그 땐 당연히 자원봉사가 뭔지도 몰랐죠."
지난달 29일 오전 '어르신 마을'에서 만난 류지인(경북예고 1년·16) 양. 함께 봉사 온 '빛' 동아리 회장인 류 양은 어른스러우면서도 해맑은 미소가 인상적이었다.
첫 자원봉사의 경험이 꽤나 쑥스러웠던 모양이지만, 부모들이 '미아'들을 찾아올 때까지 달래며 함께 놀아준 것만으로도 열 살짜리에게는 제법 큰 일이었다.
지인이가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자원봉사에 보낸 시간은 무려 300시간. 대구의 아동복지시설이나 노인시설 등을 주로 찾아 다녔다. 또래 학생들이 1년간 의무적으로 채우는 시간이 20시간인 데 비하면 4배나 된다.
지인이도 '빛' 동아리에 들기 전까지는 학교에서 권장하는 봉사 시간을 채우는 수준이었다. 봉사할 곳을 혼자 찾아다니는 일도 꽤나 수고스러웠다. 그러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청소년자원봉사센터를 통해 이 모임을 알게 됐고 그때부터 언니, 오빠들과 정기적으로 시설을 찾아다녔다.
"'빛'이라는 동아리 이름이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어요. '세상의 빛이 되자', 얼마나 좋아요?"
이제는 나이 어린 모임 회원들을 돌보고 곧잘 따끔한 '주의'까지 주는 회장이 됐지만 지인이의 봉사도 처음부터 익숙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반찬거리로 쓰는 감자를 다듬다 그릇째 쏟은 일도 있구요, 창문 닦다 깨 먹은 일도 있어요." 돌이켜보면 이 정도는 사소한 일이었다. 시설의 보호를 받는 노인이나 아동들과 친해지는 일, 그 중에서도 치매 노인과 가까워지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처음에는 얼마나 겁났는데요. 갑자기 큰 소리를 치시거나 막 때릴 때도 있었어요. 정신이 온전치 못한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수준이 될 때까지 제법 시간이 걸렸습니다."
지인이가 생각하는 또래 봉사자들의 꼴불견은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간혹 어르신들이 고마운 마음에 돈을 주시곤 하는데요, 이 때 덥썩 받는 아이들이 있는데 정말 곤란하죠. 또 시설에 자원봉사하러 왔다면서 몸이 힘든 사람들을 슬슬 피하거나 지도 선생님 앞에서만 열심히 하는 척하는 애들도 정말 얌체죠."
지난해 8월에는 모임 회원들과 함께 충북 음성군 '꽃동네'로 2박 3일간 자원봉사를 다녀왔다. 그 곳에서 만난 장애 아동들의 순수한 눈망울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고 했다.
지인이는 요즘 개학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오는 9월 4일부터 10박 11일 일정으로 떠나는 해외 봉사단원에 뽑혔기 때문이다. 전국 각 시·도에서 모인 108명의 청소년들이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는 곳은 러시아 연해주. 고려족들이 운영하는 농장에 일손을 도우러 떠난다고 했다.
"처음에는 공부에 더 신경쓰라고 하시던 부모님들도 이젠 많이 이해해 주세요. 학교 공부도 중요하지만 봉사활동을 하면서 제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뿌듯함이 들어요."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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