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좋은 아빠되기)난 이렇게 한다

아빠는 근엄하다? 편견일 뿐이다. 엄마보다 더 친근한 아빠가 적잖다. 퇴근 후 술자리보단 아이들과 노는게 더 좋은 아빠들. 주 5일 중 4일은 자녀와 시간을 보낸다. 주말 역시 '가족과 함께'다. 함께 공부하고, 놀아주는 신세대 '좋은 아빠' 고수들을 만나봤다. 공통점은 하나였다. '같이 즐거워한다는 것.'

◆세 자녀랑 공부하는 아빠

2남1녀의 아빠 이정길(40.대구시환경시설공단) 씨는 자녀들의 훌륭한 지도교사다. 주특기는 동화책 읽어주기. 책읽는 방법부터 다르다. 구연동화 전문가처럼 "했어요~.", "그런데~", "깜짝!" 등 운율을 타면서 동작까지 연출해낸다.

이런 능력은 첫 딸 아영(7)이에 대한 극진한 사랑 때문에 자연스레 생겼다. 결혼 3년만에 어렵게 얻은 딸에게 모든 걸 해주고 싶었던 그는 테마동화 CD 40장을 직접 만들어 줄 정도였다. 종이접기, 그림그리기 등 아영이가 배울 수 있는 모든 걸 가르치기도 했다.

아영이에 이어 둘째 승윤(5), 막내 도윤(3) 역시 엄마 대신 그가 가르친다. 퇴근하면 오후 7시 전에 집에 도착, 저녁식사를 한 후 세 자녀와 평균 2시간 정도 동화책 읽어주기, 블록쌓기, 그림그리기 등을 함께 한다.

이 씨는 "지난 5월에는 딸이 유치원에서 독서퀴즈왕이 됐다."며 "부모가 솔선수범해 가르친 건 자녀들이 쉽게 잊어버리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이 씨의 아내는 "남편이 아이들을 가르치니 집안일이 한결 쉬워졌다."며 좋아했다.

◆체험학습왕 우리 아빠

딸의 체험학습을 위해 소매를 걷어부친 이창수(38.UID인테리어 대표) 씨. 지난 8일 오후 딸 현지(8.대구장산초교 1년) 양과 아들 지형(5) 군을 데리고 대구시 수성구 수성랜드 내 환경생태 해양수족관 '아쿠아킹덤'을 찾았다.

이 씨는 두 자녀를 데리고 다니며 철갑상어 알 '캐비어'에 대해 알려주고, 외래어종 배스, 블루길 등이 어떻게 토종 생태계를 파괴하는지 설명해줬다. 현지 양은 "배스가 미꾸라지를 잡아먹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우리나라 토종 물고기를 살리려면 외래어종을 빨리 몰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씨는 체험학습 왕이다. 수목원에 가면 아빠가 꽃 해설사가 돼 설명해주고, 박물관에 가면 일일 문화해설사로 변신한다. 주말에는 백화점 문화센터 등에서 어린이 뮤지컬을 관람하기도 하고 놀이공원에서 신나게 놀기도 한다. 그는 "사실 시간이 많지 않지만 주말과 여름 휴가는 자녀들에게 유익한 시간이 되도록 특별히 배려한다."고 했다.

◆맛나는 요리해주는 아빠

1남1녀의 아빠 김용수(38.회사원) 씨는 자녀들을 위한 주말 요리사다. 라면이나 자장면 등 인스턴트 식품은 군대에서부터 단련돼 100점 솜씨를 자랑한다. 하지만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특별 요리를 연구하는 김씨.

지난 주말 그는 일본식 빈대떡 '오코노미야키'에 도전했다. 인터넷에서 요리법을 찾고 밀가루로 반죽을 만들고 야채를 다듬기 시작해 후라이팬에 튀겨 낸 뒤 소스를 뿌리고 하늘하늘거리는 가스오부시로 멋지게 마무리했다.

딸 영아(6) 양, 진성(3) 군이 난리다. 아빠가 해준 토요일 특별 점심메뉴가 감동의 물결로 다가온 것. 엄마가 해주실 때와는 전혀 다른 기분을 느끼는 것 같았다. 토스트 피자, 핫도그, 떡볶이 등 매주 간식을 먹지만 아빠가 해주는 요리는 엄마에게도 감동이다.

김 씨는 "물론 아이들이 좋아하지만 아내에게 점수를 딸 수 있어 더 좋다."며 "설거지까지 마무리하면 집안에 웃음꽃이 활짝 핀다."고 웃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재호 편집위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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