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김기덕 감독

김기덕 감독

영화감독 김기덕은 지난 7일 신작 '시간'의 시사회장 기자회견에서 한국 영화계의 현실에 대한 자신의 시각과 感懷(감회)를 털어놓았다. "어쩌면 '시간'이 극장에서 볼 수 있는 내 마지막 영화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1천만 관객 시대가 슬프게 느껴진다"고 발언한 이후 침묵하고 있던 그였다. '시간'에 관객 20만 명만 들었으면 좋겠다고 어렵사리 말했다.

쪊'시간'은 체코 카를로비바리 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이 영화제에서 김 감독은 "아시아의 떠오르는 스타 중 한 명"이라는 讚辭(찬사)를 받았다. 베를린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을 비롯하여 그가 짧은 기간 이룩한 업적으로 볼 때 당연한 평가였다. 세계적인 감독으로 성가 높은 그가 관객 1천만 명 시대를 구가하는 한국 영화 시장에서 제발 20만 명만 봐달라고 하소연한 것이다.

쪊김 감독은 신작 '시간'을 포함 10년간 13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그러나 개봉한 12편의 총 관객은 100만 명이 안 된다. 그의 영화는 개봉 때마다 충격적 영상으로 논란을 일으키거나 해외서 호평을 받는 등 화제를 모았으나 한국의 극장과 관객은 김기덕 영화를 외면했다. 그의 최고 흥행작품은 관객 29만여 명을 동원한 '나쁜 남자'(2002년). 베를린 감독상에 빛나는 '사마리아'(2004년)는 고작 3만 5천여 명이었다.

쪊회견에서 그는 최단기간 관객 1천만 명을 돌파하고 파죽지세로 신기록을 세워가는 '괴물'에 대한 질문에 답했다. "한국 영화의 수준과 한국 관객의 수준이 잘 만난 최정점이라 생각한다. 이는 부정적이기도 하고 긍정적이기도 한 말이다". 이 발언은 그의 다른 자조적 발언과 함께 영화팬들의 큰 反響(반향)을 일으켰다. 1천만 명 안에 들어간 자신을 모독하는 듯한 묘한 발언을 참아 낼 네티즌들이 아니었다.

쪊김 감독의 입장을 이해하거나 말거나, 한국 영화계의 구조적 타행적 병폐에 대한 고찰을 해볼 여지도 없이, 김 감독을 맹공했다. 김 감독은 어제 다시 입장을 표명했다. '괴물'에 대한 발언을 사과했다. 그리고, 자신의 영화들이 쓰레기였다고 酷評(혹평)하고, 한국 영화계를 떠나겠다고 밝혔다. 천재작가는 이렇게 퇴장해야 하는가. 관객과 타협하지 않는 김기덕 예술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은 적지만 분명 있다.

김재열 논설위원 solan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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