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혼인가능 연령 '몇살?'…17세, 18세 놓고 논의 무성

법무부가 여자 만16세, 남자 만18세로 돼 있는 혼인가능 연령을 성차별적 요소를 없앤다는 취지로 하나로 통일하려 하면서 만17세로 하느냐, 만18세로 하느냐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21일 당·정 협의에서도 개정안에 명시할 결혼 연령을 결정하지 못한 가운데 법무부는 일단 만17세로 통일하는 안을 입법예고해 놓고 국민에게 "많은 의견을 내달라"고 요청한 상태. 혼인가능 연령 단일화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일부 나오고 있다.

◇"현행제는 차별" vs "실효 있나?" = 사회·경제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일반적으로 여성의 심신 발달이 남성보다 빠르다는 점만을 감안해 법정 결혼 연령에 남녀 차이를 둔 현행 법규는 헌법상의 양성평등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6개국은 남녀의 혼인 연령의 차이를 인정하다 만18세로 단일화했고 미국과 영국도 남녀 모두 16세가 되면 결혼할 수 있게 법규화돼 있는 등 혼인적령을 일치시키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는 것. 혼인 연령에서 성별 차이를 법으로 정한 나라는 중국(남 22세, 여 20세)과 일본(남 18세, 여 16세) 등 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같은 요소를 감안해 법무부가 내놓은 결혼 연령 단일화 방안은 별반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여성들이 어린 나이에 결혼을 강요당하는 사례가 거의 사라진데다 '강제된 결혼' 이 인정되면 혼인의 법적 효력도 없어지기 때문에 개정안 마련 취지가 조혼(早婚)의 폐해를 막겠다는 것이라면 별 의미없는 입법이라는 것이다.

남녀가 신체·정신적으로 성숙하게 되는 나이에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인데 굳이 결혼연령을 통일하는 것은 단순히 양성평등의 명분만 내세우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17세와 18세 어느 쪽이 적합?" = 혼인 가능 연령을 단일화하자는 견해도 17세와 18세 중 어느 쪽이 적정 연령이 돼야 하는 지를 놓고 양분된다.

결혼가능 적령을 17세로 통일하자는 것은 법무부가 입법예고안에서 제시한 것이다.

현재 민법상 성년은 만20세로 돼 있지만 2004년 성년 연령을 만19세로 낮추자며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민법 개정안에 맞춰 혼인 가능 연령도 만18세에서 만17세로 낮추는 게 좋다는 것이다.

또한 매년 700명이라는 무시할 수 없는 수치의 여성들이 만17세에 결혼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그들의 '혼인할 자유'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법무부는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4년 16세 여성 230여 명과 17세 여성 715명이 결혼을 했고 지난해에는 16세 여성 205명과 17세 여성 694명이 혼인을 했다.

반면 한나라당 이계경 의원이 올해 5월 대표발의한 민법 개정안은 남녀의 혼인 가능연령을 만18세로 정해 놓고 있다.

이 의원 등은 우리나라에서 결혼생활을 영위하려면 고등학교 교육을 마쳤을 정도의 사회적·경제적 성숙은 필요하고 고교 졸업연령이 만18세인 만큼 혼인 가능연령도 만18세가 적당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법무부는 "바람직한 혼인 가능 연령에 대해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심도있는 검토를 거친 뒤 다음달 국회에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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