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세계가 많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국회의원들의 특권의식도 많이 사라졌고 과거와 같은 부패스캔들은 찾기가 어렵다. 정치불신이 심해서 그런지 의원들도 갈수록 위축된다. 그저 주어진 일에만 집중할 뿐 구설수에 오를 만한 일은 피한다. 국회가 고액 연봉을 받는 선출직 공무원들의 집합소로 변했다는 느낌이다.
이런 분위기는 곧바로 의원들의 협량(狹量)으로 이어진다. 물론 일부 국회의원에 국한된 일이기는 하지만 최근 중앙선관위가 내놓은 정당과 의원 후원회 자금 수입·지출 내역은 이를 잘 보여준다. 과거와 같은 거액의 뒷돈이 없으니 정치자금을 한정된 후원금에 의존하는 의원들이 많다. 그런데 문제는 의원들의 후원금 지출 내역이다. 어떤 의원은 후원금을 갖고 양복을 사 입기도 하고 구두닦이 비용으로 지출하기도 했다. 누구 화장품을 샀는지는 모르지만 화장품 구입에 후원금을 쓴 사람도 있다. 이런 곳에 후원금을 써야 할 정도로 의원들이 잘아서야 후원자들의 마음이 편할 리 없다.
또 심지어 자기가 데리고 있는 보좌관으로부터 거액의 후원금을 받은 경우도 있다. 의원 체면 때문에 쉬쉬하고는 있지만 보좌진들은 혀를 차는 일이다. 모시는 국회의원을 위해 돈을 쓰는 것도 모자라 후원금까지 내야 하니 말이다.
이런 와중에 걸핏하면 보좌진을 교체하는 의원들이 구설수에 올랐다. 지역 의원들 중에도 있지만 이들 의원이 만약 이런 부수입(?) 때문에 보좌진 교체를 일삼는다면 '비양심'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의원들의 좁은 속내는 이중 태도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곳곳의 감시와 견제에 주눅이 들어서 그런지 과거의 '호기(豪氣)'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은밀한 거래와 자리가 일반화된 모양이다. 그렇지만 비밀리에 있었던 술자리 뒷얘기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고 부적절한 골프와 관련한 구설수도 끊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의원들과 관련된 사건이 불거지기 시작하면 과거보다 파문이 적지 않다.
시대변화에 맞는 의원들의 변화라면 뒷말을 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 나라 국회의원쯤 되면 긍정적 변화를 앞장서 이끌어야 할 게 아닌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일을 뒷말 무성하게 하는 것은 국회의원들에게도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이상곤기자 leesk@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