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를 말하는 당당한 이름, 이색 명함시대

"평범함은 싫어." 속도와 무한경쟁시대에선 첫인상부터 튀는 게 최고다. 남들과 차별화해서 자신만의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다면 절반은 따고 들어가는 것.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작은 종이쪽지 하나에 불과한 명함까지도 바꾸고 있다. 과거 붕어빵같이 천편일률적인 명함의 시대는 가고 개성이 묻어나는 이색 명함의 시대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김일근(29·삼성생명 라이프텍 재무컨설턴트) 씨는 10개월 전부터 이른바 '골드 명함'을 갖고 다닌다. 골드 명함은 페트(PET) 소재에 금빛으로 덧씌워져 고급스러움이 묻어나는 명함. 김 씨는 "고객 대부분이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 골드 명함으로 바꿨다."고 했다. 명함을 제작하는 친구의 권유로 마지못해 골드 명함으로 바꾸었지만 의외로 명함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영업 실적이 예전보다 50% 정도 늘었기 때문. 사람들은 보통 한 번 정도 만나서는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명함은 계속 남기 때문에 명함이 색다르면 이미지가 남는다는 것이 김 씨의 생각이다.

이색 명함은 처음 만난 상대와 말문을 트기도 쉽다. 김 씨는 "상당수가 신기해하고 명함으로 인해 자연스레 대화가 시작된다."고 웃었다. 김 씨는 잘 구겨지지 않아 이쑤시개로도 사용할 수 있다며 우스갯소리도 한다. 김 씨의 이야기를 들은 지인들 상당수가 김 씨처럼 명함을 특이하게 바꾸기도 했다. 김 씨는 "한 장당 400원으로 가격은 좀 비싼 편이지만 명함을 하나의 투자로 생각하기 때문에 별로 개의치 않는다."고 전했다.

이남수(29·제일음악학원 원장) 씨는 평소 두 종류의 명함을 가지고 다닌다. 하나는 학원 명함이고 다른 하나는 개인 명함이다. 학원 명함의 경우 많이 뿌려야 하기 때문에 평범한 걸로 했고 개인 명함은 페트 소재의 누드 형태로 만들어 특별한 고객에게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 씨는 "명함이 좀 특이하면 그 사람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1년 전부터 개인 명함을 갖고 다니는 이 씨는 명함 덕분에 학원 운영에도 짭짤한 도움을 얻는다고 말했다.

요즘 명함의 변신을 보면 혀를 내두를 정도다. 자신의 사진이나 캐리커처, 다양한 이미지 등은 물론이고 뒷면에 거울이 부착된 명함, 복권 기능이 가능한 명함, 달력이나 지하철 노선이 그려진 명함, 향기 나는 명함, 미니 카탈로그 형태의 명함 등 그 종류가 각양각색이다. 과거 단색으로 처리되던 종이 명함에서 사진이나 컬러가 들어간 명함, 엠보싱 가공을 한 명함의 시대를 지나 지금은 페트 소재의 명함이 인기를 얻고 있다. 페트 소재는 다양한 색깔과 이미지 연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구 중구 덕산동의 한 명함제작업체 관계자는 "명함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데다 IMF 이후 가격이 뚝 떨어지면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명함으로 바꾸는 경우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보통 색다른 명함을 애용하는 곳은 미용실이나 치과, 성형외과 등 경쟁이 치열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 자연스레 경쟁에서 조금이라도 앞서기 위해 개성이 넘치는 독특한 명함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젠 명함도 자신만의 분위기와 이미지를 연출하는 패션의 한 분야로 변모하고 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사진·정재호 편집위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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