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마지막 가는 길 돌보는 '장례지도자 봉사단'

"힘겨웠던 삶이었던만큼 마지막 가시는 길만이라도 좀 넉넉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6일 오전 9시. 기초생활수급대상자인 김모(53) 씨가 간경화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백남훈(57) 장례지도사봉사단 감사의 손놀림이 빨라졌다. 백 감사는 우선 봉사단 회원인 이두학(39) 성심병원 장례식장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장례식장 준비와 함께 유족을 찾아보라는 말을 건넸다. 이어 조영대(43) 신천운수 대표에게는 운구차량을 대기해 달라고 했다. 염습(殮襲:죽은 사람의 몸을 씻긴 다음, 옷을 입히고 베로 묶는 일)은 김선장(45) 화상병원 장례식 실장이 맡기로 했다. 발인일인 8일엔 회원 16명이 함께 운구해 경남 창녕의 화장장에서 화장한 뒤 납골당에 안치시켰다.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화장될 뻔했던 김 씨는 봉사단 회원들의 발 빠른 움직임으로 3일 장을 치렀다.

이들은 기초생활수급대상자나 차상위 계층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에게 무료 장례를 치러주는 장례지도사봉사단원들이다. 대구 가톨릭대 평생교육원 장례지도사학과 졸업생들이 만들어 현재 장례식장 운영, 장의차 운행, 수의 제작, 장례컨설팅 등의 직업을 가진 회원 26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보통 300만~500만 원 정도 드는 장례비를 직접 생업과 관련된 봉사로 해결하고 있다. 비용이 꽤 드는 과일 값, 전기료 등은 회원들의 주머니를 털어 해결한다. 올해로 3년째. 30여 명의 무료 장례를 치렀다.

강봉희(53) 장례지도사봉사단 처장은 "무연고자나 신원불명자는 대구시가 장례비용을 부담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은 가족이 있어도 돈이 없어 장례조차 제대로 치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런 분들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봉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들에 대해서는 대구시가 가정환경조사를 통해 20만~50만 원의 장례비를 차등 지급하지만 이 비용으로는 제대로 된 장례를 치르기가 어려워 장례식의 '현실'을 가장 잘 아는 이들이 직접 장례식을 대행해주기로 했다는 것.

지난 1일 봉사단을 대구시 자원봉사단체로 등록한 백남훈 감사는 "고단한 삶을 살았던 분들이 가는 길마저 초라해 안타까웠다."며 "단체를 널리 알려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대구시 장례지도사 봉사단: 053)422-7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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