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박기섭 作 '하늘에 밑줄이나 긋고'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하늘에 밑줄이나 긋고

박기섭

사람 사는 세상, 살 비린 이 푸줏간에

저마다 몇 근씩의 생육을 찢어 놓고

느긋이 피를 말리는, 오오 눈부신 참형의 시간

그래, 그런 날은 갓 맑은 저 하늘에

성긴 모시올 같은 밑줄이나 긋고 살지

뒤척여 몸서리치는 피멍서껀 삭이면서

이 가을 내 공양은 식은 차 한 잔뿐

해묵은 뉘 안부를 마른 나무에나 묻고

사무쳐 옹근 마음도 이냥 헐고 말겠네

이제 이 지상의 노래는 식어 숯이 되고

끓는 불잉걸로도 어쩌지 못할 오한만이

온 산천 시퍼런 적막을 대지르고 있으니

가을은 '저마다 몇 근씩의 생육을 찢어 놓고/ 느긋이 피를 말리는' 계절이다. 모든 생물이 전신을 말리는 계절이다. 그야말로 '눈부신 참형의 시간'이다. 그래, 이런 계절에 그대는 무엇을 더 가지려 하는가. 모든 것을 털어야 하리. 그 누구에겐가 '사무쳐 옹근 마음도 이냥' 헐어야 하리. 보라, 푸른 나무 아래 젊음의 열정으로 부르던

'지상의 노래는 식어 숯이 되'고 있지 않는가. '끓는 불잉걸로도 어쩌지 못할 오한만이/ 온 산천 시퍼런 적막을

대지르고 있'지 않는가. 그렇게 만물이 저물어 가는 계절이다.

이 가을에 그대여, 또 무엇을 탐하고 있는가. 그대도 속절없이 저물어 가고 있지 않은가.

구석본(시인)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추미애 경기지사는 경기도의 재정난을 복지정책 탓으로 돌리는 정치권을 비판하며 세수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기도 인구 증가로...
SK하이닉스는 7일 분기 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375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한다고 공시하며, 추가 주주환원 방안은 3분기 중 발표하겠다고 밝혔...
민선 9기 박권현 청도군수는 새로운 군정 운영 체제를 출범시키며 지역의 가뭄 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 군수는 매일 정례 브리핑...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