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야기다. 학교에서는 부장교사를 권유했지만 올해도 담임을 해서 내 능력을 발휘해보고 싶었다. 3월 첫 만남, 이름 '이 원수' 나의 '유일한 취미'는 '돈을 남에게 주는 것' 별명은 '또래이' 라고 칠판에 적었다. 뒤에서 "올해 담임이 '또래이'란다"면서 웅성거렸다. 또래이란 뜻은 '또래(같은 나이)+이(異)' 즉, 나와 나이가 같은 다른 선생님과 비교해 다른 방법을 가지고 학생들을 대한다는 뜻이라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학년 초 학생들 관심사는 주로 '담임은 누구일까?' '이번 담임선생님은 올해는 나하고 편하고 호흡이 맞을까?' 등 자기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선생님을 원한다.
나는 매년 어떤 학급을 맡아도 즐거운 교실을 만들어 왔는데 올해는 처음부터 분위기가 달랐다. 교실에 침을 뱉고, 선생님에게 함부로 대들고, 돈 등을 잃어버리는 일이 자주 일어났다. 한편으로 학생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 경쟁만 강조하고 남을 배려해서 즐거움을 느껴 보지 못한 미완성인 학생으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매일 의사가 되어 흰 가운을 입고 학생을 치료하기 위하여 집을 나선다. 보통 교사는 조언과 상담을 하지만 치료란 개념은 잘 사용하지 않는다. 나는 '의사가 수술하여 환자의 병을 낫게 하듯이 학생이 남을 감동시키고 배려하는 행동을 계속하도록 만드는 것'이 치료라고 생각했다.
3월부터 많은 학생이 실내화를 분실해서 울면서 찾아왔다. 나는 아무 말 하지 않고 학교 앞 문구점에서 새것을 사 주었다. 꾸중은 하지 않고 신발을 계속 사주니 4월초 원선이가 찾아와 "선생님! 실내화를 사주면 돈이 아깝지 않아요?"라고 물었다. 나는 '"내 취미가 그런 걸 어떡해" 하면서 웃었다. 나는 반의 분위기를 치료하고 싶었다.
4월 초 "학생 여러분! 선생님은 올해 18년째 학생들에게 실내화, 도서상품권, 돈, 칭찬의 쪽지 등을 줬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맞추면 장학금 십만 원 주는 퀴즈를 내었다. 많은 학생이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그런데 12월28일에 수태가 일어서더니 "받을 때 작은 감동을 느껴서, 아주 작은 일로 남을 배려해서 크게 감동시켜라!"고 대답했다. 침묵이 잠시 흘렀다. 나는 너무 기뻐 "정답입니다"며 큰 소리를 질렀다. 그 순간 학생들은 많은 것을 느꼈다고 했다. 사실 수태는 생활보호대상자여서 얼굴이 밝지 않았다. 그동안 수태 어머니와는 전화 상담을 하지 못했다. 어머니 통장에 십만 원을 입금하고 수태를 칭찬하려고 또 전화를 했으나 통화를 못했다. 궁금하여 가정방문을 해 보니 어머니는 청각장애자여서 전화를 받을 수 없었다. 경제적으로 돕고 싶다고 했으나 사양해 너무 마음이 아파서 집을 나올 때 나는 울고 말았다. 나의 유일한 취미는 많은 학생에게 감동을 주었고 남을 배려하는 방법을 가르쳐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을 가지게 되어 3월의 고민을 거의 다 치료했다. 2006년 2월 마지막 시간 "여러분! 인생을 살아가면서, 선생님처럼 좋은 취미를 가지세요!" 라고 당부를 했다.
이원수(대구 경운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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